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훈보 Nov 22. 2021

넷플릭스로 그린 지옥도

지옥: 연상호 (2021), 넷플릭스

이 글은 많은 스포일러를 포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 무척 기다리고 있던 연상호 감독님의 '지옥'을 보았고 그 이야기를 조금 하려고 합니다. 제작 단계부터 기대했기 때문에 웹툰도 미리 찾아보고 기다렸는데 기다린 만큼 아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지옥'이라는 작품을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우선 '지옥'이라는 표현을 먼저 짚고 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지옥'은 사람이 죽고 나서 벌을 받는 곳으로 선과 악이라는 기준에 따라 천국과 지옥이라는 상과 벌이라고 부를 만한 공간 배정이 뒤따르기 때문에 '사후세계'와 '판단' 이 더해져 종교적인 의미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단어 그 자체로 본다면 獄(땅의 '지'에 감옥 할 때 쓰는 '옥')이 되어 그저 땅의 감옥일 뿐입니다. 그것도 죽으면 과거에는 대부분 땅 속에 그리고 옴짝달싹 못하게(이미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묻기 때문에 지옥의 이미지는 아주 쉽게 형상화되죠. 각인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이 지점을 우선 짚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습니다.


'지옥'을 이야기하려면 위에서 적었던 것처럼 누군가는 판단을 해야 합니다. 영혼이 된 존재를 천국과 지옥 중 보낼 결정을 해야 하죠. 이것은 흔히 신의 의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인간사회의 보편적 규칙(법규)에 따르죠. 여러 가지 인간 세상의 중범죄들이면 충분히 지옥에 간다고 하고요. 하지만 신이 과연 인간의 법규에 따라 가치 판단을 하는지는 한 번쯤 되짚어 봐야 할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되면 너무 종교적으로 근간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감히 질문할 수 없는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작품 안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가 등장하죠. 종교의 규칙. 근간이 되는 악을 행하지 않은 존재의 죽음이 신의 뜻이라고 결정되면 종교 전체의 뿌리가 흔들리게 되는 겁니다. 


지옥이 종교적 개념이라면 인간 세상은 어디쯤에 있는 것이 되는 걸까요? 


저는 감독이 초 자연적인 현상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땅 아래의 허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곳이 지옥이죠. 그런데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실 지옥은 없습니다. 그냥 우리가 지옥이라고 생각하는 것 뿐입니다.


천국과 지옥이 사후 세계를 이야기하는 하나의 이미지가 되고 선과 악을 나누는 기준 그 기준을 판단하는 존재가 보편적인 인간의 상식과 법규를 따르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게 연상호 감독이 그리는 지옥의 핵심이 아닐까 합니다. 


신의 뜻과 지옥을 악용하는 이들은 잘만 살아있잖아요 ^^


이야기는 아마 시즌을 거듭할 것이고 그 형태는 종교적인 상징이 더 많이 등장하리라 생각합니다.


강력한 스포일러를 적자면..


제가 생각하는 시즌 2의 방향성은 크게 2가지입니다.


1. 의장을 포함해 죽은 모든 사람이 되살아 나고 새 진리회의 강한 계파를 구축하고 시간이 흘러 죽지 않은 아기가 다른 종교의 상징이 되어 대립한다.


이게 아니면


2. 모든 사람이 되살아나고 어느 순간 갑자기 바람이 빠지듯 풀썩 주저앉아 무너져 내린다. 모든것은 해프닝이기 때문이죠.어느 날 태풍이 우리에게 불어왔다 가는 것처럼 믿음을 악용하는 자들이 횡행하는 일상의 지옥은 계속되고 이 모든 이야기는 한순간의 태풍처럼 사람들을 흔들고 지나간다.


어느 쪽이든 이야기와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기 때문에 기다리며 볼 생각입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의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겠죠. 


그날을 기대합니다.


-


PS. <그늘의 인간>에서 우리는 흔히 천벌을 이야기하는데 신이 과연 인간의 규칙에 따라 벌을 할지 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인용을 하는 게 조금은 이상하지 않느냐는 문구를 적어두었던 34번째 질문 "전생은 있을까?" 부분이 떠올라 좀 더 재미있었습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7525974











매거진의 이전글 소음과 투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