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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훈보 Jan 25. 2022

추락하는 별에서

추락하는 별에서 1화

동그란 하나의 원에 아무런 연유도 없이 봉긋하게 솟은 그것이 이등변 삼각형을 닮았다면 당신은 그것을 뾰족하다고 할까 삐쭉하다고 할까. 아니면 그것을 그냥 두루뭉술하게 “새끼손톱만큼 볼록해요”라고 하거나 아니면 처음의 표현처럼 봉긋하다고 할까.


그것이 무엇이든 만약 그것에 눈이 있다면 꿈뻑꿈뻑했을 것이고 입이 있다면 뻐끔뻐끔했을 것이고 팔다리가 있다면 퍼덕거렸을 일이다. 이름도 없이 홀로 서서 슬피 울거나 아무 감정도 모르고 뚜벅뚜벅 걸어가거나 배를 내밀고 벌렁 드러누운 채로 몸뚱이를 가누지 못할지도 모를 그것은 어찌 생명이란 것이 깃들어서 문득 살게 되었다.


이 묘사를 위해 누군가는 저 모퉁이에서 성긴 언어를 주워왔다. 

이처럼 막연한 순간을 설명하기 위해 언어는 존재하는 것일까.


아무튼 솟아버린 그것과 둥그래 버린 지구는 먼 하늘에 휘황하게 떠있는 태양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그 주변을 빙글빙글 돈다.  그리고 그것은 지구의 한 꼭짓점으로 덩달아 불의 주변에서 춤을 춘다.


그런데 만약 태양이 지금의 위치를 몰래 벗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것과 둥근 것은 이유도 모르고 함께 우주의 어딘가로 흘러갈 테고 늘 어떤 연유로 이 별에 발을 붙이고 있는지도 모르는 나 또한 대단한 기록을 남긴다는 환상을 품은 채 웃으며 흩날릴 것이다.


그렇게 나와 사연도 없이 봉긋했던 것. 그리고 조금은 거대하다 할 동그라미가 큰 불의 사정을 따라 어딘가로 추락하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첫 편지에 점을 찍어 본다.


모두는 지금 세계를 믿으러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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