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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훈보 Jan 28. 2022

최선의 대화

추락하는 별에서 4화

피터는 문 옆에서 축 늘어진 회색 쥐를 발견했다. 쥐의 옆에는 엄마 몰래 밥을 챙겨주는 고양이 잭이 앉아 갈색 털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게 네가 가져온 거구나."


피터는 자신이 왜 문을 열었는지는 잊고 막대기를 가져다 쥐를 쿡쿡 찔렀다. 쥐는 확실히 죽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이게 필요가 없는데."


잭은 피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답이 없다. 본인은 할 바를 다했다며 열심히 털만 고르고 있었다.


"야옹."

"그래. 너도 필요 없어 날 준 거니?”


피터는 살짝 힘을 줘 쥐를 굴려 보았다. 쥐는 여전히 미동도 없다.


"피터 가고 있니? 수프가 거의 완성되었어!"

"예 지금 가요."


'아버지는 어디에 계실까? 수프는 따뜻할 때 먹어야 하는데...'


피터는 급한 마음에 소리쳐 불러 본다.


"아버지!"


가까운 거리라면 진작에 응답했어야 할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피터는 배에 힘을 꽉 주고 한 번 더 힘껏 외쳤다.


"아버지!"


그때 옆집의 폴 아저씨가 창고 문 밖으로 고개를 삐쭉 내밀며 말했다.


"제임스는 저 언덕에 있을 거다. 아까 나무 할 때 봤지."

"감사합니다."


피터는 또 언덕에 올라간 아버지를 찾아 산으로 향했다. 아저씨의 말 대로 아버지는 그곳에 있었다.


"아버지 여기서 뭐하세요?"

"해가 지는 것을 보고 있었지."


제임스는 물고 있던 삘기를 뱉으며 말했다.


"그건 봐서 뭐해요? 엄마가 식사하시래요."

"그래 가야지. 그런데 잠깐만 너도 해가 지는 걸 보지 않을래?"

"그건 집 앞에서도 볼 수 있잖아요."

"여기서라면 좀 더 멀리 볼 수 있잖아."

"저기까지 봐서 뭐해요?"

"글쎄? 더 천천히 음미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해가 지면 어두워서 내려가기 어려워져요."

"그래도 조금 더 보자꾸나."


아버지는 아주 조금씩 아래로 향하는 해를 보며 말했다. 이제 조금 더 있으면 저 먼 얼음산 뒤로 해가 숨을 차례다.


"해는 참 뜨거워 보이는데 얼음산 뒤로 가면 어떻게 하나요?"

"그러게 다 녹으면 어쩌지?"

"근데 한 번도 녹은 적이 없잖아요."


이곳에서 해가지는 모습을 피터도 몇 번 봤던 터라 저 산이 늘 그 모습인 것을 피터도 알고 있었다.


"피터."

"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저녁밥이요. 오늘은 고기가 들어간 수프를 끓인다고 했거든요."

"맛있겠구나."


피터는 따뜻한 수프를 먹을 생각에 마음이 급했지만 우두커니 서있는 아버지를 끌고 내려갈 수가 없어서 괜히 질문했다.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세요?"

"나는 저 위를 생각하지."

"저 위요?"

"하늘. 별도 있고 달도 있는 하늘."

"저건 생각해서 뭐해요."

"글쎄..."


제임스는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피터는 하나 도움이 되지 않는 아버지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피터. 너는 하늘이 무슨 모양이라고 생각하니?"

"하늘에 무슨 모양이 있어요. 저건 끝도 없는 것 아닌가요. 오직 새만이 갈 수 있는 끝도 없는 하늘이라고요. 텅 비어 있잖아요. "

"아니야 보렴."


제임스는 손을 들어 아침에 해가 뜨는 곳을 가리켰다.


"피터 봐봐 저쪽에서 해가 뜨지."

"예."

"그리고 어디로 해가 지지?"

"저쪽으로요."


피터는 붉은 구름 아래로 점점 내려가는 해를 가리켰다.


"낮에는?"

"저 위에 있지요."


제임스는 팔로 큰 호를 그리며 말했다.


"봐봐 해는 아침에 저기 폭포 방향에서 떠올라서 낮에는 마을 위에 있다가 저쪽으로 지잖아."

"예."

"그럼?"


피터는 또다시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임스는 그런 피터의 표정을 읽었는지 손가락으로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우리가 있고 해가 여기서 떠서 저기로 진단 말이야. 그럼 어때?"


어둑해지는 언덕의 바닥에는 반원이 그려져 있었다.


"둥그래요."

"맞아. 하늘은 둥글단다. 그럼 땅은?"

"단단해요."

"그렇지. 그러니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움직이는 게 아니란다."


피터는 시원스레 뚫린 하늘을 한번 쳐다보았다. 저게 둥글다니 납득하기 어려웠다 


"잘 모르겠어요."

"생각해봐 하늘이 움직이는 거지. 우리는 땅에 살고 있고."

"그럼 새들은요?"

"그건 네가 아직 세상을 몰라서 그래. 새들은 그렇게 멀리 갈 수 없단다. 그 작은 날개로는 저 얼음산 하나도 제대로 못 넘을걸. 어때?"

"음.. 아버지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피터는 제임스의 말을 따라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더 있으면 수프가 식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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