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의 인상 깊음

by 이훈보

마음을 먹는 것과 실행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혼자 하는 일만 해도 그런데 여럿이 함께 하는 작업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수많은 사람을 설득하며 때로는 본인의 의지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주변에서 흔들 수도 있고 본인 스스로가 괜히 흔들릴 수도 있다. 보통 심지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상업 예술이라고 불리는 영화의 경우 다수의 사람이 함께 하는 큰 작업인 만큼 손익분기점에 대한 고민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손익 분기점은 넘겨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임금도 주고 다음 작업에 대한 기약도 하고 할 수 있지 않나 단순히 예술적 성과를 이룬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장르보다 영화의 시도에 늘 조금 더 후한 점수를 준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모여 힘을 합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동주>는 나의 칭찬이 불필요할 정도로 잘 만들었고 평단과 관객으로부터의 인기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잘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한 번 더 하고 싶었다. (놀랍도록 저 예산으로 찍었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겼다는 것은 결과의 이야기이다.)

나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을 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있었다. 이 사람은 내가 봐온 여러 시인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시를 잘 쓰는데, 늘 부족하다고 느끼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조금 기이하다고 생각했었다. 심지어 그가 사망한 27세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더더욱 이상했다. 어지간한 열등감에 쫓기거나 초조함을 느끼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흐름이 있었다. 물론 그 모든 것을 포함해 윤동주의 시는 빼어났다.

나에게는 <동주>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는 영화였다. 그래서 훌륭하고 더없이 인상 깊었다.

물론 영화의 감동을 위한 각색이 있었겠지만 윤동주의 시를 보는 동안 빠져있던 설명할 수 없는 한 부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윤동주의 곁에서 훌륭한 성적과 뛰어난 능력 그리고 에너지를 분출했던 송몽규의 연기가 중요했고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조명된 그와 그의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에 대한 감탄이 이어졌다. 나 또한 당당하게 연기하는 그의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하지만 영화를 두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역시 강하늘의 연기 또한 빼어났다는 것을 한 번 더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윤동주의 시가 보여주던 허전함을 그는 훌륭하게 실체화시켰다.

<동주>는 한두 장면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영화이다. 관객에게 색을 다 지운 글자 속으로 들어가는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영화 내내 시를 전부 쓰지 않고 과감하게 잘라 쓰는 연출은 정말로 빼어난 선택이었다. 어찌 보면 윤동주의 시를 잘라낸다는 결정이 가장 어렵지 않았을까? 아름다운 시의 흐름을 끊어낸 그 결단을 높게 산다.

모든 결심이 영화를 빛나게 만들었다.

PS: 영화 중 송몽규가 "내 글은 금방 잊혀질 것이다."라고 말하는 대사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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