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 이유 없이는 잘 돌아다니지만 뭔가를 보러 가는 일은 좀처럼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퀴어 문화 축제>는 3년 연속 다녀왔으니 이 축제는 나의 인생에서 꽤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행사가 된 셈이다. 별 일이 없다면 앞으로도 가능한 참석하지 않을까 한다.
별 일이 없음에도 잠시라도 참석하지 않는 때가 온다면 아마 퀴어 문화 축제에서 화두로 다루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법적으로 해결된 이후가 될 것 같다.
처음 방문한 2015년에는 퍼레이드도 참여했는데 시청에서 출발해 명동을 지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무척 즐거웠다. 서울을 그 많은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걸어 다닌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퀴어 문화 축제에 갈 생각이 있는 분이라면 반드시 퍼레이드 일정을 확인하고 시간을 맞춰 가는 것을 추천한다.
축제에 참여한다고 해서 내가 대단한 뭔가를 하거나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하고 오는 것은 아니고 올해는 이런 부스들이 생겼구나 하면서 멀찍이 서서 둘러본다.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고 진지하게 여러 부스를 돌아보며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그야말로 뜨내기에 가깝다. 그렇지만 올해도 다녀왔다. 하하. 다녀온 것을 생색내려고 방문하는 것은 아니고 한번 가보니 좋은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이 너무 행복해 보여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매력이 있다. 거기에 더해 어떤 문제들이 해결되면 이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좋다. 그런 이유로 나는 퀴어 문화 축제를 다녀오면 만나는 사람들마다 내년에는 한번씩 가보라고 이야기하는 편이다. 혹시 아직 가보지 않았다면 내년에는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많은 사람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행복한 일이 어디 흔한 일인가. 콘서트를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그 외의 여러 축제를 함께 해도 이 정도의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드물다. 참가자들의 순수한 열의가 온몸에 전해진다. 밖에서는 고함치고 북 치고 목놓아 울기도 하지만 안은 다르다. 그 사람들은 왜 이렇게 행복한 사람들을 두고 그렇게 어두운 표정을 지어야 할까. 날도 더운데 그냥 다들 집에서 수박이나 잘라먹으면서 쉬면 서로 얼마나 좋을까.
물론 그분들도 어떤 의무감이나 절대적인 믿음 혹은 조금은 납득이 되는 임금 때문에 나와 계시겠지만 행복한 사람들을 향해 그렇게 까지 에너지를 소비하며 난리 칠 필요가 있을까. 아무튼 올해도 이렇게 지나갔다. 작년도 재작년에도 가을에 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것은 주최 측의 판단이 옳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올해는 국가인권위 부스가 있었다. 변화의 속도가 답답하게 느끼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분명히 앞으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