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가+ㅂ'을 읽다.

가볍-? 가쁘-?

by 이훈보

이번 5화의 제목을 '가볍-'으로 할지 '가+쁘'로 할지를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과적으로 '가+ㅂ'의 형태가 되어 버렸다. 이유는 아래 순서를 통해 설명해야 할 듯하다.


사전의 순서에 따라 의문점을 갖게 되는 단어들을 적어보면 가볍다, 가뿐-하다, 가쁘다 순으로 적혀있다.


하나씩 그 의미를 확인해 보자.


"가볍다 : 무게가 무겁지 않다. 병이 대단치 않다. 기분 따위가 가뿐하다."


"가뿐-하다 : 알맞게 가볍다. 마음에 짐이 되지 않아서 편안하다. "


"가쁘다 : 숨이 대단히 차다. 힘에 겹다."


위의 의미를 보면 가볍다와 가뿐하다가 가깝고 가쁘다가 상대적으로 먼 것을 알 수 있다. '가볍다'와 '가뿐하다'는 무게의 느낌에 대한 설명들이 이어지는 반면 '가쁘다'는 무게감이 있지만 버겁고 힘든 상대적으로 벅차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 이유로 가쁘다를 생각하면 '가뿐-'과 '가쁘-' 사이에서 무작정 '가+ㅃ'의 형태가 유사하다고 의미가 같다고 설명하기에는 설득력이 약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다시 처음에 적힌 '가볍다'로 가보자.


가볍다는 한글 표현으로 생성 과정을 추측하기는 어렵지만 문득 '가+볍다'의 형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가 + 비다'


"비다 : 속이 든 것이 없는 상태가 되다. 가진 것이 없는 상태가 되다. 사람이 없는 상태가 되다.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없는 상태가 되다."


'비다'의 의미를 살펴보면 한자어 빌 공(空) 과 일정 부분 연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라지거나 텅 비어있는 것. 존재하지 않는 것


그리고 재미있게도 더할 가(加)의 사전적 의미 중에는 '들다'가 포함되어 있다. 이 두 가지를 합쳐 생각하면 '들다 + 비다' = 무게가 없는 것을 들다 가볍다와 약간은 닿아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가뿐하다를 본다면 가볍다의 연장선상에서 가뿐하다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 한대로 이 흐름이 '가쁘다'에 이르러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가쁘다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위의 표현들과 달리 버겁다는 뜻이 담겨 있는데 설명을 가만 보면 그것 이외에도 첨가되는 단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숨'이라는 표현이다. 가쁘다에는 공기의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서 바람의 한자어 바람 풍(風)을 떠올릴 수도 있고 이 경우 '가쁘-' 정도를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가프-' 까지도 상상할 수 있다. 다만 사전에 '가프-'라는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아니라면 좀 더 과감하게 "갑갑하다 : 장소가 좁아서 답답하다. 기다리기 지루하다"를 떠올릴 수도 있다. 참고로 "갑 갑(匣) : 작은 상자, (짐승의) 우리, 궤에 담다"가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가쁘-'의 문제는 바로 얼마지 않아 '기쁘다'에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될 것 이다.


6화 예고 '가슴'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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