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기 어려운 리메이크
2010년에 나온 영화 <골든 슬럼버>는 평범한 택배 배달부가 총리 암살범으로 지목된다는 아주 자극적인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어서 쉽게 사람들을 매혹시키지만 실제 영화는 그렇게 흥미진진하고 어마어마한 작품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본 원작을 본 사람들은 시작하는 스케일에 비해서는 심심하고 또 심심하다 못해 밋밋한 영화라는 평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에 따라서는 허술하고 지루하다는 평을 하기도 합니다.
도입부에서 총리가 죽어나가는 스토리라면 여느 영화 같으면 주인공이 힘과 지혜를 총 동원해 역경의 파도를 헤쳐 나가다 못해 바다를 가를 정도의 활약을 펼쳐야 마땅하지만 <골든 슬럼버>는 그런 맛이 전혀 없죠.
주인공에 감정을 이입한다면 갑갑하다 못하 우울하고 힘빠지는 영화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홍보 프로그램에서는 이 영화를 늘 긴장감 넘치는 영화처럼 이야기를 합니다.
파는 것과 만드는 것의 차이가 아닌가 하는 지점입니다.
흥미롭게도 이번에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골든 슬럼버>의 예고편 또한 그런 흐름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홍보 방식이 이해는 가지만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홍보가 영화를 제대로 보는데 방해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 좋은 영화가 새로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잘못된 홍보로 인해 또 다시 밋밋하고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괜히 걱정이 됩니다. 홍보를 조금 따뜻하고 쓸쓸한 감정이 뭍어나는 영화로 풀어가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만약에 리메이크 영화에 그런 부분들이 잘 살아있다면 흥행과 별개로 사람들의 가슴 한 구석에 기억되는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골든 슬럼버>는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이 원작으로 둘 중 무엇을 먼저 봐야 하냐고 묻는다면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먼저 소설을 나중에 보시기를 권합니다. 영화가 이야기 하는 바와 소설이 이야기 하는 바가 조금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마 기억이 맞다면 소설 속의 4장은 영화에 표현되지 않았고 그 4장으로 인해 소설이 이야기 하는 지점은 영화와는 전혀 다른 지점에 도달해 버립니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상업적 영상물이 보여주는 감정적 지점과 책이 진득하게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다른 것을 생각하면 괜히 잘 만든 영화가 책 때문에 평가 절하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먼저 본다면 반대로 책은 이런 깊이가 있고 또 감독은 어떤 선택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영화화 해 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접근한다면 어느쪽도 허투루 보지 않고 꽤 괜찮은 비교의 경험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골든 슬럼버> 가 한국에서도 만들어 진다니 이제는 3방향에서 생각을 해볼 수 있겠네요.
기우지만 저는 이번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개봉작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원작을 관통하는 정서나 이미지가 조금은 일본적 색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미지’라는 단어 표현이나 주요 인물들이 대학시절에 경험하는 동아리의 성격이나 인물의 감정 들의 근간에 일본의 문화적 배경이 두루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특유의 무력감. 제도권을 이길 수 없다는 고질적인 패배감이 팽배해야 하는 포인트에서 한국의 설정은 지나치게 힘이 넘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영화의 주연 배우가 보여주는 표정의 디테일에도 아마 그런 차이가 드러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인 저도 공감하는 바가 있어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그 특유의 느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한국의 연출로 녹여내라고 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영화의 리메이크 작품을 기대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하기도 합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런 부분을 잘 살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잡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잠시 감독 이야기를 해볼까요?
일본판 <골든슬럼버>를 만든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예고범> 또한 볼 만한 작품입니다. 이 두 작품의 감독이 같은 사람이란 것을 모르고 봐도 “앗!” 할 정도로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장면이 있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이 감독은 달리기를 참 잘찍습니다. <예고범>은 한국에 동명의 만화책으로 출시되었으니 만화로 읽으셔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다른 잡담을 하자면 일본판 <골든 슬럼버>의 주연배우였던 사카이 마사토의 다른 작품인 <열쇠도둑의 방법> 아마 열쇠 도둑의 메소드 가 오역된 것 같은 이 제목의 영화도 한국에서 최근에 리메이크 되었죠. 한국에는 <럭키>라는 영화로 나와 인기를 끌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같은 배우가 맡은 영화가 순차적으로 한국에서 리메이크 된다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