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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과 포커

'외교'라는 무제한 포커 게임

by 도시파도

비트코인은 한국 사람들에게 달콤한 거짓말이었다. 사람들은 달콤한 거짓말을 맛볼 수 없게 한 대한민국 정부를 증오했다. 개인의 재산 처리를 국가가 개입한다는 명분이지만, 투기 욕망을 막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의 조치는 지금 욕먹고 있지만, 국가 경제와 민생을 생각한다면 매우 건전하다.


오히려 대한민국 정부가 비판받을 점은 비트코인보다는 외교에 있다. 세세한 외교 대응 실패보다는 외교의 큰 관점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 외교는 비트코인 같은 초단타 투자보다는 '포커'에 가깝다. 한국은 초단타 투자는 잘 다룰 지 몰라도 포커는 잼병이다.

첫 번째, 포커는 '반복 게임'이다. 포커는 결과가 단박에 나는 단판 승부가 아니다. 포커는 계속되는 판의 '연속'이다. 그래서 마음에 안 든다고, 게임 테이블을 엎을 수가 없다. 한국과 일본이 어떤 협약을 맺었을 때, 한국이 일본이 마음에 안 든다고 협약을 무례하게 깰 수 없다. 협약 파기의 결과는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나쁜 동업자라는 평판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외교는 '신뢰'가 중요하고, 국제사회의 '여론'이 중요하다. 외교는 '무제한' 포커 게임이다.


두 번째, 포커는 돈 게임이 아니다. 포커는 돈이 많다고 무조건 이기지 않는다. 외교가 순전히 돈(힘) 게임이라면, 약소국은 강대국에게 일방적으로 당해서 멸망한다(북한의 체제 유지나 진나라의 천하통일이 설명되지 않는다). 돈으로 포커를 칠 때도 있지만, 그런 전략은 머지 않아 파국으로 향한다. 외교에서도 물량 공세를 쓰는 건 국력의 낭비라 잘 쓰지 않는다.

세 번째, 그렇기에 포커는 '약자의 전략'이 존재한다. 포커는 가진 돈도 중요하지만, 좋은 패를 얻는 운과 머리 싸움이 훨씬 중요하다. 돈이 적어도, 머리를 잘 쓰면 돈을 딸 수 있다. '약자의 전략'이 강자에게 붙는 법도 있지만, 강자의 힘을 이용하는 적극적 전략도 있다(이이제이나, 원교근공이 그렇다.) 포커의 의미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머리의 문제다. 외교도 그렇다. 국력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다. 카지노는 있는 돈으로 싸우는 거라, 돈이 적은 걸로 울고불고 할 수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 '강자의 전략'으로 싸우고 있다. 한국은 세계 평균으로 강자지만, 주위의 나라들(미, 일, 러, 중)이 너무 세다. 상대적 약자다. 도박판에서 빌 게이츠를 상대로 돈으로 치고 있다. 한국이 가장 잘못한 점이 여기에 있다. 자기 객관화가 안 됐다. 약자가 강자의 전략으로 국력을 낭비하는 게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외교 스타일이었다.


카지노에서 돈이 적다고 손님을 쫓아내진 않는다. 자신이 강자가 아니라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외교는 자존심 세우지 않고 영악하게 해야 한다. 내정은 국민에게 솔직하게 정공법으로 가야 하지만, 외교는 패를 숨기고 영민하게 행동해야 한다. 약자가 강자보다 전략이 별로 없는 건 맞지만, 돌파구는 존재한다. 약자는 나쁜 게 아니다. 좀 더 똑똑해야 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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