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은 아니고요... 야구 영화 <머니볼> 팬에 가깝습니다.
야구를 아예 모르는 사람(?)에게 야구를 설명할 때, 시작은 투수와 타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야구에서 중요한 '시작'인 "투수 - 타자 - 포수"는 잠시 뒤로 한 채, 야구의 득점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야구와의 비교를 위해 축구를 살펴보겠습니다. 축구의 득점방식은 간단합니다. 자기의 영역에서 반대편 공간을 향해, 우리들 팀과의 패스(교환)를 끊이지 않게 이어나간 뒤에 공을 상대방 공간에 놔두면 점수를 얻습니다. 농구도 그렇고, 배구도 그렇습니다. 상대방은 우리의 교환을 끊어서, 공을 자신의 교환 사슬(사이클)에 넣습니다. 축구는 "교환 끊기 - 교환 연쇄"라는 이중 과제에 맞춰 사람들의 역할과 배치를 실시간으로 조직합니다. 축구에서 인간은 교환 주체이자 사슬의 구성원이고, 공이 교환 대상입니다.
그러나 야구는 다릅니다. 야구에서 점수는 '사람이 홈으로 한 바퀴 돌 때' 얻습니다. 공이 한 바퀴를 돌거나, 공이 일정 지역(베이스)에 도착했다고 점수를 얻지 않습니다. 공이 베이스에 도착할 때의 판정은 2가지뿐입니다. Safe냐 Out이냐입니다. 야구의 룰은 매우 복잡하지만, 중요한 기초는 교환 대상이 공이 아니라 사람이란 겁니다.
Safe와 Out의 판정도 사람을 기준으로 합니다. 슬라이딩을 하거나 도루를 해서 사람이 공보다 빨리 도착하면 Safe입니다(안전합니다). 반대로 공이 사람보다 먼저 도착하면 Out입니다(나갑니다). 이걸 여러 번 누적하면 점수를 얻습니다. 사람이 공보다 빨리 도착해서 한 바퀴를 돌면 1점입니다. 공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는 홈런이라면 공이 베이스에 도착할 리 없으니 사람은 여유롭게 세리머니 하며 걸어 들어오는 거죠. 즉, 야구는 사람과 공 사이의 추격전입니다.
일반적으로 달리는 사람과 움직이는 공 사이의 속도 차이는 말하지 않아도 현격합니다. 우사인 볼트를 데려와도 오타니 쇼헤이의 90마일 직구를 이길 수 없습니다. 공과 정면승부해서 사람은 이길 재간이 없는 거죠. 그러니 사람이 공보다 빨리 도착하기 위해서는 공을 속여야 합니다. 타자(주자=사람)는 공이 베이스에 가기 힘들도록 쳐내야 합니다. 그리고 투수와 포수는 공의 궤도를 속이려는 타자를 다시 속여야 합니다. 직선인 척하고 아무렇지 않게 곡선으로 공을 날립니다. 추격전에 속고 속이는 심리전은 세트입니다. 베이스(일정 지역)를 몰래 훔치는 도루는 야구경기의 보너스가 아니라 배트도 쓰지 않고 사람이 공을 속이는 야구의 가장 근본적인 전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야구의 룰은 복잡하지만, 야구의 전술이 목표하는 바는 하나입니다. "어떻게 느린 것(사람)이 빠른 것(공)보다 먼저 도착하고 돌아올 것인가?" 약한 것은 속임수(전략)를 통해 강한 것을 이길 수 있습니다. 야구는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는' 언더독의 이야기. 게릴라전의 이야기, 골리앗을 이긴 다윗의 돌팔매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