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로 보는 음악, 박효신, 윤하 그리고 이소라
음악에 관한 글은 왜 쓰기 어려울까? 영화와 달리, 음악 평론을 쓰긴 참으로 어렵다. 영화는 영화의 문법이 있고, 음악은 음악의 코드가 있다. 영화는 스토리와 이미지로 이루어진 창작물이다. 이미지에 대해 잘은 몰라도, 스토리를 파고드는 건 가능하다. 우리는 적어도 글을 읽고, 주제를 파악하는 법을 국어교육이나 책 읽기에서 배웠다. 그러나 음악수업을 열심히 들었다고 대중음악이나 클래식음악을 알긴 여간 어렵다. 결국 우리는 음악의 context(맥락, 배경 지식 등)를 모르기 때문에 해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그저 음악을 들을 뿐이다. 그리고 듣고 난 감상을 말할 뿐이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고 한 건데, 왜 홍시냐고 물으면 홍시 맛이 났기 때문이란 말 말고는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러면 방법은 없는 걸까. 그래도 음악적 지식이 없어도 우리는 좋은 음악을 구별하고 담을 수 있다. 내가 음악을 보는 관점은 음악은 대부분 ‘공동 작업’이란 거다. 그러나 우리가 주로 음악을 향유하는 방식은 음원 차트다. 음원 차트의 표기 방식을 보면, ‘곡 제목-아티스트-앨범 제목’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음악이 마치 아티스트만의 독자적 창작물로 보인다. 그러나 음악은 가수 뿐 아니라, 작사가, 작곡가, 연주자, 디렉터, 엔지니어, 안무가, 댄서, 프로듀서 등 수많은 사람의 집합적 생산물이다. (이 모든 역할을 혼자 다 한 유재하는 예외로 하자. 간혹 그런 천재가 등장하기도 한다) 트와이스나 워너원의 곡이 그들만의 전적인 창작물일 수 없다. 싱어송라이터나 밴드들의 경우는 아티스트가 맡는 역할이 더 많으니 그런 혼동은 적을 것이다. 우리가 ‘믿고 듣는다’는 가수들은 대부분 그렇다.
그렇게 보면, 의외로 가수 이름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주로 프로듀서를 살핀다. 김완선이 좋은 댄스 가수가 된 건 그녀의 퍼포먼스 뿐 아니라, 신중현이란 위대한 음악가가 프로듀서로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가수라 해도 프로듀서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악이 나온다. 박효신, 윤하 그리고 이소라가 그러한 예들이다.
박효신은 항상 최상위에 있는 가수들 중 하나다. 그의 초창기 앨범에는 좋은 곡이 많다. 2집을 보면 우리가 아는 뛰어난 작곡가들이 엄청나게 포진되어 있다. 김동률(동경), 유희열(위안), 윤상(먼 곳에서, 편지), 조규만(사랑… 그 흔한 말) 등이 그렇다. 기대주들의 2집에 유수한 음악가들이 붙는 현상은 요즘도 있다. 아이유 2집도 그랬다. 이민수(너랑 나), 윤상(잠자는 숲 속의 왕자), 정석원(비밀), 윤종신(벽지무늬), 이적(삼촌), 김현철(Everything’s Alright), 김형석(Last Fantasy), 정재형(라망) 등 90년대의 뛰어난 음악가들이 그녀에게 곡을 주었다.
https://youtu.be/QvtBDsqqOHE
150215 - 박효신(Park Hyo Shin) - 동경
2015. 02. 15. PARK HYO SHIN 15TH ANNIVERSARY LIVE TOUR SO HAPPY TOGETHER (ENCORE CON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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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신(Park Hyo Shin) - 야생화(Wild Flower) Special Video
박효신-야생화 스페셜영상 본편을 공개합니다! 4년만에 신곡으로 돌아온 박효신의 '야생화'에 보내주신 여러분들의 큰 사랑과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신곡 '야생화'는, 음악을 통해 진심을 전달하겠다는 박효신과 소속사의 의지를 담아, 그 어떤 포장을 위한 별도의 방송활동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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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박효신 7집을 들으면, 2집의 연약하고 위태로운 분위기는 어디 가고, 따뜻하고 위로를 주는 완숙한 느낌이 자리잡고 있다. 물론 2집과 7집 사이의 10년 동안 가수 박효신의 성장이 있겠지만, 큰 차이는 프로듀서가 달라졌다는 거다. 2집의 프로듀서는 윤상이었다. 윤상의 파트너인 박창학과의 콜라보로 박효신은 윤상의 색깔로 칠해졌다. 윤상표 발라드의 대표곡 [가려진 시간 사이로], [넌 쉽게 말했지만]을 생각해보며 2집을 들으면 비슷한 점이 참 많다. 7집의 프로듀서는 박효신 자신이었다. 7집은 자신의 군대 동기인 정재일과의 공동 작업으로 한편으로 절제되며 한편으로 진하게 전개된다.
https://youtu.be/8DN7Jh87ZAM
Supersonic - 윤하(정규 4집 Superso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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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 YOUNHA(윤하) _ Hello (Feat. pH-1)(종이비행기 (Feat. pH-1))
[MV] YOUNHA(윤하) _ Hello (Feat. pH-1)(종이비행기 (Feat. pH-1)) *English subtitles are now available. (Please click on 'CC' button or activate 'Interactive Transc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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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는 개인적 생각으로 재밌는 위치에 있는 가수다. 그녀는 록에 대한 열정이 충만하지만, 발라드를 참으로 잘하는 가수다. 발라드와 록 사이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던 것이 그녀의 음악 전반(前半)이었다, 90년대의 이승환처럼 말이다. 윤하의 대표곡 [기다리다]는 그녀의 첫 싱글에서 나온 발라드지만, 그녀의 4집 [Supersonic]에서 그녀는 프로듀서로서 록에 대한 열정을 가감없이 선보인다. 그러다가 작년 말에 나온 5집 [RescuE]를 들으면 윤하의 음악은 록과는 저 멀리 있는 감성적이고(신경질내는 듯한?) 세련된 PB R&B와 Pop으로 전환된다. 그 전환에는 요즘 가장 인기 있는 프로듀서 중 하나인 GroovyRoom 덕이다. (헤이즈의 [널 너무 모르고]도 그들의 작품이다)
https://youtu.be/ilpxwWd0b5Q
이소라 1집 - 난 행복해
작사: 김현철 작곡: 김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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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Track9
작사: 이소라 작곡: 정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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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는 박효신과 윤하를 섞어 놓은 듯한 예다. 그녀는 ‘낯선 사람들’이란 재즈 보컬 그룹에서 보컬리스트로 시작하다 프로듀서 김현철을 만나 솔로로 데뷔했다. 1집의 성공 이후, 그녀는 재즈 기반의 발라드와 록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자신만의 음악을 성취해 5집 이후 모든 앨범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현철이 프로듀서로 작업한 이소라 1집과 4집은 주로 재즈 기반의 발라드로 구성된 화려하지만, 부드럽고 편안하게 들리는 음악들이다. 그러나 5집 이후의 앨범들에서 그녀는 과감하게 재즈를 버렸다. 자신이 잘하는 재즈를 버린 그녀는 발라드와 록의 문법을 자신의 음악으로 녹여냈다. 6집과 7집은 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6집의 [바람이 분다] 이외에도, [별]-[듄]-[쓸쓸]로 이어지는 3부작은 뛰어난 걸작이다. 이제 그녀는 슬프면서도 맹렬하게 음악을 파고들고 있다.
음악을 보는 관점은 매우 다양하다. 누군가는 가사를 중요하게, 다른 누군가는 멜로디를, 분위기를. 다만 말하고 싶은 건 음악은 한 사람만의 창작물이 아니며, 한 사람만의 전유물도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홍시라도 요리 방법에 따라 맛의 조화는 달라지며, 그 다양한 맛을 서로 공유하는 재미를 느끼고 싶은 마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