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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파도 Jun 25. 2018

[Bad Boy]와 [#Cookie Jar]

아이돌 음악 속 장르음악적 배경

 우린 아이돌 음악을 뭉뚱그려 감상하거나 바라보곤 한다. 그러나 아이돌 음악의 대부분인 댄스 음악들은 그 뿌리들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 마이클 잭슨의 [Beat It]과 마돈나의 [Vogue]는 댄스음악이지만, 하나의 흐름으로 처리할 순 없다. [Beat It]은 엄청난 록 기타와 베이스 라인 위에 리듬감 넘치는 보컬이 이끄는 블랙뮤직(흑인음악)이지만, [Vogue]는 합성된 전자음을 시작으로 정교한 박자 쪼개기를 뽐내는 일렉트로닉 음악이다.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는 모두 댄스음악의 전설이지만, 그들은 서로 다른 음악 영역 위에서 놀고 있다. 마이클 잭슨은 어릴 때부터 R&B와 펑크(Funk) 위에서 그의 음악을 전개했고, 위대한 R&B 보컬이다. 그와 달리, 마돈나는 전자악기인 신디사이저(Synthesizer)에 기반한 신스 팝(Synth pop) 위에 그녀의 음악 세계를 펼친다. (마돈나의 [Like a Virgin]도 그러한 예다./우리가 아는 일렉트로니카, EDM 등은 신스 팝을 시작으로 한다.) 댄스음악에는 별개의 장르음악들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https://youtu.be/oRdxUFDoQe0


https://youtu.be/yzG_3UJ-LvU


 지금까지 듣는다면, “너무 해외의 레전드만 쓰는 거 아니냐” 할 것 같다. 하지만 댄스음악 속 장르음악의 흐름은 한국 대중음악, 아이돌 댄스 음악에도 적용된다. 징쨩 아니, 이지은… 아니, 아이유의 2집 타이틀곡 [너랑 나]는 60년대 비틀즈, 핑크 플로이드 등이 시작한 ‘사이키델릭 록’의 전개를 충실히 따르며 동화적 분위기에 잘 녹여낸 사례다. 가히 음악성과 대중성의 극치를 들려준 음악이다. 또한 카라의 [STEP]은 마돈나가 구사한 ‘신스 팝’을 잘 드러낸 음악이다. [STEP] 속 반복되는 신디사이저의 합성음 위에 몰아치는 박자와 화음들은 70년대 신스 팝의 2010년대적 구현이었다. 이렇듯 한국의 아이돌 음악 또한 그 속에 깊은 장르음악의 원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아이돌 음악은 이런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 않는다. 일단 아이돌이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아이돌 음악산업의 주기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돌은 빨리 컴백해야 하고 작곡가들은 곡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양산형 곡들 속에서 좋은 곡이 나오기는 힘들다. 또한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 아이돌은 컨셉을 자주 바꾸고, 음악의 장르를 바꾸며 자신의 일관성을 해친다. 예를 들어, 트와이스는 데뷔 초반 지금의 블랙핑크 정도로 ‘센’ 컨셉이었지만, [Cheer Up] 이후 귀여운 컨셉과 낮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음악을 내고 있다. 그러니까 아이돌 음악은 다 비슷하게 들릴 뿐이다. 그들 본인이 아이덴티티의 유지를 어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https://youtu.be/J_CFBjAyPWE


 그래서 한 아이돌의 음악을 들을 때, 그들의 변화무쌍한 컨셉과 장르 변화에 길을 잃곤 한다. 같은 그룹의 곡이라도 최근 음악이 저번 음악과 완전히 달라진다. 최근 레드벨벳은 일본에서 [#Cookie Jar]로 정식 데뷔했다. 그러나 이 곡은 올해 1월 한국에서 발매한 [Bad Boy]와 전혀 다르다. 정말로 이 두 곡은 듣기에도 다르고, 장르적으로도 다르다. [Bad Boy]는 한마디로 R&B 향을 가미한 일렉트로닉 음악이다. [Bad Boy]의 부분부분은 좋은 화음과 애드리브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전개의 일관성이 없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리듬을 타려는 때에 노래가 뚝 끊기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비일관성은 SM의 의도적인 파편화 작업 때문이다.)


https://youtu.be/rRgTMs_bGuI


  [#Cookie Jar]는 노래 초반부터 들리듯이, 록큰롤의 기타 리프(짧은 연주부분)를 메인으로 반복된다. 또한 그 위에 화음 코러스를 넣거나, 2절에선 목소리에 디스토션(왜곡)을 걸면서 계속 변주된다. 마지막에는 디스토션을 건 목소리를 코러스로 배치하는 등 록에서나 쓸 법한 기법을 구사한다. 개인적으로 [#Cookie Jar]가 이렇게 록 장르를 차용하는 이유는 록을 주류로 하는 일본음악의 풍토에 적응하고자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면 댄스음악은 댄스음악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아닐 수 있다. 같은 범주라 하지만, 음악의 장르적 원천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 오히려 댄스음악을 뭉뚱그려 만들게 되어 좋은 감상을 방해할 수 있다. 또한 아이돌 음악을 이렇게 볼 수 있다면, 그저 ‘보는 음악’이 아닌 ‘듣는 음악’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이돌 음악을 그저 무시하기엔 늦었다. 물론 좋은 사례가 많지 않지만, 적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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