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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파도 Aug 26. 2018

버블 경제와 시티 팝(City Pop)

경제적 발전과 문화적 번성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속 주인공은 시간을 건너 과거의 파리에 살아간다. 만약 내가 과거의 도시들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 도시들 중에 하나는 7, 80년대의 도쿄일 것이다. 그 때의 일본은 전무후무한 번영의 시대였다. 소니, 도요타 등 일본의 제조업 업체는 세계적 기업이 되었고, 일본의 내수 경제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물론 화려한 도시를 걷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경제적 발전을 이룬 도시는 필연적으로 문화적 번성을 이룬다. 예술이 예술가들의 힘든 고난 속에서 탄생하는지 몰라도, 위대한 예술들은 잘 사는 도시로 흘러들게 된다. 서울에 수많은 문화적 인프라와 공연들이 있고, 중국의 항구도시 항저우가 문화의 중심이었던 것도 무역의 힘 때문이었다. 뉴욕에 가장 많은 미술관이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풍요로운 문화를 흠뻑 느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축복이다.


 7, 80년대 도쿄에서도 그런 문화적 현상이 있었다. 재즈, 블루스, 일렉트로닉 등 서양의 대중음악들을 일본 특유의 방식으로 섞어낸 새로운 음악의 탄생이 그것이었다. 딱히 정해진 이름은 없지만, 일명 “시티 팝(City Pop)”으로 불린다. 마치 네온 사인이 휘황찬란한 도시의 밤거리에 어울린다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시티헌터>의 분위기와 OST를 생각하면 될 듯 하다.


 그러나 시티 팝은 버블경제의 몰락과 함께 사라졌다. 금방 사라진 음악이라도, 좋은 음악은 여전히 좋은 법이다. 시티 팝의 매력은 시간이 지나도 도시에 어울리는 세련됨에 있다. 최근에 백예린이 커버한 <La La La Love Song>은 90년대에 쓰였지만, 오히려 80년대의 시티 팝으로 리메이크함으로써 세련된 음악으로 다시 태어났다. 백예린의 뛰어난 보컬과 매력적인 음색은 두말할 필요 없지만, 신명나는 베이스 연주와 전자음에 귀를 기울이면 이 노래를 더욱 잘 즐길 수 있다. 드라이브를 하면서, 도시의 멋에 흠뻑 취해보기 바란다. 


https://youtu.be/dnOi1PwmgG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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