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 올리버와 발터 벤야민
요즘 들어, “음식”이 이렇게 미디어의 최전방에 있었던 적이 있을까 싶다. ‘먹방’, ‘쿡방’, ‘#먹스타그램’, ‘요섹남’ 등은 모두 “음식”에서 파생된 최근 2년 동안의 미디어 키워드들이다. 국밥을 먹고 있는데, 식당에서 트는 TV 프로그램 <현지에서도 먹힐까? 중국편>을 보는 ‘나’를 발견한 순간, 미디어 속 ‘음식’은 거의 끝까지 온 것 같다.
그러나 미디어 밖 ‘음식’은 어떠한가? 나는 가끔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는다. 주로 편의점, 도시락집, 혹은 토스트집에서 사먹는다. 직접 ‘요리’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요리하는 걸 싫어하지 않지만, 조리 환경이 별로 좋지 않고, 1인용 식재료를 사는 건 의외로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재료를 사는 것보다 음식을 사는 것이 더 저렴하다. 이런 상황을 ‘Food Desert(음식 사막)’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음식 사막’은 매우 심각하지만, 한국도 사막화의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놓을 수 없다. 영국의 세계적인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는 요리를 사회적 운동으로 확산시켰다. 그가 오래 전부터 방송 ‘제이미의 15분 레시피(Jamie’s 15-minute Meals)’, ‘제이미 올리버의 급식혁명(Jamie Oliver’s Food Revolution)’을 기획한 건 음식과 요리가 주는 삶의 질을 사회적으로 전파해야 할 필요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실제 방송 프로그램 ‘급식혁명’은 성공했고, 당시 영국 총리인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는 제이미 올리버와의 대담을 통해 영국 급식의 정크 푸드 폐지법을 통과시켰고, 영국 급식의 질 향상을 위한 예산을 올렸다.
제이미 올리버는 이에 그치지 않고, 모든 아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칠 것(우리에게는 '가정 시간'에 해당한다.)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는 TED에서 식습관으로 인한 질병이 교통사고와 강력범죄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게 한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요리를 과소평가한 우리의 인식에 죽비를 내리친다. 이제 그는 유튜브에서 뛰어난 요리사들과 함께 쉽고 건강한 레시피를 전파하고 있다[나도 그의 유튜브 동영상의 덕을 보는 사람이다].
요리는 다 만들었다. 이제 먹을 차례다! 그럼 어떻게 먹을까? 그 대답은 100년 전 철학자에게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예술 철학의 개념인 ‘아우라(Aura)’로 유명한 철학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식사에 관해 ‘혼자 식사하는 것(혼밥)’은 엉성해지기 쉽기에 기왕 하려면 스파르타식을 추천한다. 하지만 그는 같이 먹는 것을 더 추천한다. 설령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지 않아도 “서로 나누는 것” 그 자체로 식탁은 화기애애하다.
사실 벤야민까지 갈 필요없이, 우리는 이미 가족을 ‘식구(食口)’라 부르지 않는가. 김태용의 영화 <가족의 탄생(2006)> 속 계절이 바뀌면서 사람들이 같이 식사하는 장면은 그런 의미에서 읽힌다. “식구(食口)는 가족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혼밥을 한다. 그것도 매우 엉성한 혼밥을 한다. 그래서 가끔 제대로 된 요리를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상황을 축복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당연한 행복으로 누렸으면 한다. 이미 ‘시청’과 ‘생각’은 여러 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