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파도 Nov 13. 2018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습니다.

역사영화의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

 여행의 재미 중 하나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일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란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입장을 바꾸면, 나 또한 그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가진 새로운 사람이다. 거기서는 친구들과 수십 번 말해서 재미없는 예전 이야기도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세상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다시 ‘재미있게’ 말하는 건 어떨까? 누구나 알기 때문에 관심을 끌기 쉽겠지만, 누구나 알기 때문에 재미있게 말하긴 어렵다. 이것은 ‘역사영화’와 ‘리메이크 영화’들의 난제이기도 하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도 이 문제의 예외가 될 수 없다. 게다가 주인공이 정치인도(예를 들면, <킹스 스피치>), 기자도(<스포트라이트>), 목사도(<셀마>) 아니고, 무려 록 밴드. 그것도 퀸(Queen)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문제는 아마 가장 클 것이다. 그럼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어떻게 재미있게 표현할까?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다행스럽게도 <보헤미안 랩소디>의 감독은 ‘브라이언 싱어’였다. 


 브라이언 싱어는 오르락내리락이 심하지만, 꽤 괜찮은 감독이다. 그는 <유주얼 서스펙트>라는 서스펜스 걸작을 만들었고, <엑스맨> 시리즈를 처음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에 실수를 많이 했다. 그러나 브라이언 싱어는 자신의 실수를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로 리셋시켰다. (영화 속 헤드폰을 쓴 퀵실버의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최근엔 <엑스멘: 아포칼립스>로 다시 하락세를 보이지만…



 결국 <보헤미안 랩소디>는 큰 이야기를 바꿀 수 없기에, 이야기를 표현하는 장면에 집중했다. 브라이언 싱어는 ‘대조’를 통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아름답고 비극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재미있게 만들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터닝 포인트는 3번의 대조로 표현되어 감동적인 순간을 자아낸다. 또한, 영화는 제목이 왜 <보헤미안 랩소디>인지를 각각 내용과 형식을 통해 표현하는 중의적 장치를 배치한다. 이런 교묘한 연출은 브라이언 싱어의 트레이드 마크다. 


 아무리 몇 번 들은 이야기라도, 이야기하는 방식에 따라 이야기는 여전히 재미있을 수 있다. 그렇게 보면 <보헤미안 랩소디>는 상당히 만듦새가 좋다. 물론 <보헤미안 랩소디>는 ‘음악영화’다. 하지만 다들 퀸 노래가 얼마나 좋은지는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작가의 이전글 영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봤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