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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파도 Nov 18. 2018

누가 비디오 스타를 죽였는가?

K/DA,  프로듀스 시리즈,  마블 그리고 "미디어 믹스"

 몇 년 전부터 서점의 베스트셀러 칸에서 인기드라마를 소설화한 책들이 등장했다. 이와 비슷하게 웹툰이 영화화(<신과 함께>)되거나, 인기있는 영화가 드라마(<뷰티 인사이드>)로 다시 쓰이는 상황들이 자주 보이게 됐다. 이런 현상을 리메이크로 볼 수도 있지만, 나는 콘텐츠가 미디어에서 다른 미디어로 형태를 바꾸는 ‘미디어 믹스’의 일종이라 생각한다. 요즘은 ‘미디어 믹스’의 시대다.


 미디어 믹스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와 비슷한 말이다. 말 그대로 하나의 컨텐츠를 여러 방식으로 생산 혹은 향유하는 형태를 일컫는다. 대표적인 예는 마블이다. 마블은 만화책에서 시작해서,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게임도 만들고, 실사 영화까지 제작하고, 피규어나 굿즈 등 관련 상품을 판매한다. 마블의 캐릭터와 세계관이란 하나의 컨텐츠를 여러가지 미디어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전형이다. 


 이렇게 보면, 아이돌 문화 또한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정석이다. 아이돌은 앨범, 뮤직비디오, 음악방송, 예능방송, 콘서트, 팬사인회, V라이브, 굿즈 판매 등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내가 ‘원 소스 멀티 유즈’보다 ‘미디어 믹스’라는 말을 사용한 이유는 이제 우리가 ‘소스’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이러한 예 중 하나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예능방송’으로 시작하고, 그 결과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은 데뷔한다. 그리고 데뷔한 아이돌 그룹은 활동을 시작하면서, 앞서 말한 아이돌 문화를 개진한다. 예능방송이 아이돌 문화의 ‘소스’인 아이돌 그룹보다 먼저 시작하기 때문에, 어느 게 먼저고, ‘소스’인지 모르겠다. 이제 순서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생각해보면 마블의 마케팅도 영화를 먼저 만들고, ‘만화책’, ‘피규어’ 등으로 흐르지 않던가. 애초에 ‘소스’를 정하는 건 점점 어려워지고, 별 의미가 없다. 미디어 믹스는 이렇듯 순서와 원천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로 인해 자유롭게 날아간다. 


https://youtu.be/UOxkGD8qRB4


 최근에는 게임까지 ‘미디어 믹스’의 일부가 된다. 올해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이 된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게임사 라이엇은 한국 걸그룹 ‘아이들’과 미국 가수들의 콜라보로 곡을 내고, 게임 캐릭터와 스킨을 주인공으로 한 뮤직 비디오를 만들었다. 여기서는 ‘K-POP’, ‘애니메이션’, ‘게임’, ‘뮤직비디오’가 혼재되어 버린다. 실제로 뮤직비디오에서 쓰이는 연출과 카메라 각도는 K-POP 뮤직비디오와 완전 판박이다. 게다가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도 게임사 라이엇의 음악팀을 제외하면, 한국 아이돌 음악에 꽤 참여했던 사람들이 있다. 그 중 한 명이 YG의 핵심 여성프로듀서 “리디아 백(Lydia Paek)”이다. “리디아 백”은 2NE1의 [UGLY], 이하이의 [1, 2, 3, 4], 블랙핑크의 [마지막처럼] 등의 공동 작곡가이자, 지드래곤의 앨범 [COUP D‘ETAT]에도 깊게 참여했다. 또한 힙합 및 R&B에서도 같이 작업한 사람들이 많다. 다이나믹 듀오나 크러쉬, 심지어 김범수의 앨범을 들으면 그녀의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그녀가 이 곡에선 작은 역할을 맡았지만, 게임사 라이엇이 YG의 프로듀서를 섭외했다는 것 자체가 어쭙잖은 자세로 프로젝트를 맡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모종의 이해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걸그룹 ‘아이들’은 상당히 실력이 좋고, 좋은 곡을 쓰지만 아직 그 인기가 정점에 오르지 못했다. 그들에겐 SM엔터테인먼트 같은 대규모 유통망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인 게임(유통 경로)을 통해 자신을 알리고자 한다. 또한 ‘리그 오브 레전드’는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출시된 지 10년 가까이 된 오래된 게임이다. 게임사 라이엇은 자신의 오래된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새로운 포맷을 도입한다. 그 결과, 해당 동영상은 출시 2주만에 6500만회의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했다. 


https://youtu.be/W8r-tXRLazs


 1979년 ‘버글스(The Buggles)’는 [Video killed The Radio Star]를 내며, 미디어의 변화로 사라진 별들을 말한다. 지금 2018년, 라디오 스타도 비디오 스타도 죽은 지 오래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누가’ 죽였는지 모른다. 비디오 스타는 누가 죽였을까? 그는 하나의 미디어에 죽은 게 아니라 수많은 미디어들에게 난도질당한 채 죽었다. 미디어 믹스의 시대는 모두가 범죄자라 풀 수 없는 사건현장이다. 사람들은 스타들의 죽음을 애도한다, 사실 자신들의 손으로 죽였다는 걸 모른 채… 


 Pictures came and broke your heart. Put the blame on VCR.

(화면이 켜지고, 당신은 상처입었죠. 비디오 카세트를 탓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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