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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파도 Nov 15. 2018

영화 <완벽한 타인>을 봤습니다.

한국영화계에서 '유쾌한 섹스코미디 영화'의 가치

 솔직하게 말하자. 2018년의 한국영화는 완전히 처참했다. ‘정말 하루도 나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일일이 말하기엔 너무 많다. 그래서 올해의 한국영화는 진짜 ‘거른다’는 표현이 맞았다. 난 의도적으로 피해왔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완벽한 타인>은 의외의 발견이었다. 

 

 <완벽한 타인>은 한마디로 섹스코미디 영화다. 그러나 한국의 섹스코미디 영화는 <색즉시공>을 비롯해서 너무 더럽거나, 무리수 개그가 난무하고, 섹스를 유쾌하게 다룬 적은 거의 없었다. 한국영화에선 이 장르는 거의 멸종이었다. 유일한 생존종은 홍상수의 영화 뿐이라 해도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을 본 이후부터 뭔가 바뀌었다. ‘바람’이 많은 제주도에서 펼쳐지는 ‘바람’의 향연,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 다시 ‘바람’처럼 변하는 영화였다. <바람 바람 바람>은 망사스타킹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처럼” 진행된다. 바람은 보이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바람 또한 들키지 않아야 성립된다. 그리고 사람 마음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아슬아슬한 이중성은 바람 이야기와 코미디의 코드에 자리잡아 영화의 긴장감과 재미를 자아낸다.

 

 <완벽한 타인>도 그렇다. 사람은 ‘보이는’ 겉모습과 ‘보이지 않는’ 본성을 가진 채 타인들과 살아간다. 하지만 ‘보이지 않아서’ 더욱 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담고 있고, 보여주는 건 다름 아닌 “스마트폰(보이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폭로되고, 오해받는 것들이 대부분 “관계”의 문제들이다. 허세, 이간질, 질투, 오만, 거짓말, 시간, 돈 등이다. 영화는 이러한 문제들을 유쾌하게 폭로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철저하게 “대본”과 “연기”로 승부한다는 점이다. 코미디가 중심이지만, 이 영화는 몸개그나 여러 배경을 쓰는 등 역동적 계기를 넣지 않았다. 그저 이야기만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대신 “음식”을 바꾸면서, 커다란 이야기의 부분(연극의 ‘막’)을 끝낸다. 음식 바꾸기 연출은 이야기의 분위기를 바꾸고, ‘먹방’이란 트렌드를 이용해 관객의 관심 또한 돌리는 영리한 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영화를 차용한 오마주들도 여럿 숨겨져 있으니, 그걸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진지하고 근엄한 영화 말고 유쾌한 영화를 보는 것. 웃길 때 웃길 줄 아는 영화를 만나는 게 참 반갑고, 좋았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면서 제대로 웃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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