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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파도 Nov 23. 2020

우리 식당 정상 영업합니다...

어쩌다 보니 2년 동안 글을 안 올린 이야기

 브런치에 마지막으로 올린 글이 2년 가까이 됐다. 물리적 시간 2년도 크지만, 그 글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나서 쓴 것이라 생각하니 더욱 멀게 느껴진다. 사실 2년동안 브런치를 한 번도 안 본 건 아니었고, 글을 단 한 줄도 안 쓴 건 아니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은 이유는 그 동안 영화, 음악, 책과 조금씩 멀어졌기 때문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뭐 이렇게 열심히 하나'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집중하기가 싫었다. 그렇게 머리를 굴리면서까지 그것들을 최대한 파악하려고 애쓰는 거지? 그냥 현타가 왔다.


 또 하나의 이유는 감상과 글쓰기의 관계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영화, 음악, 책을 접하다가 좋은 것을 발견하거나 소재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썼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영화, 음악, 책을 접하기도 전에 '이건 어떻게 글을 쓰면 좋을까?'를 먼저 생각해버린다. 좋은 감상을 남기고자 한 글쓰기가 감상 자체를 방해버렸다. 글쓰기가 감상의 결과였지만, 감상의 목적이 되어버린 본말전도를 몸으로 느껴버렸다. 


 하지만 다시 시작하려는 이유도 나름 있다. 지금 이 글쓰기가 연습이자 하나의 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프로 작가도 아니고, 단지 독자에 대한 나름의 책임만 가지고 있다면 충분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찾아왔다. 2년 사이에 읽었던 책들 중 내가 좋아하게 된 작가들이 의외로 자기가 좋아서나 하고 싶어서 글을 쓴 게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 놀랬다. '그렇다면 나도 하나의 연습이나 훈련처럼 하면 되지 않을까?'


 아무튼 그래서 오랜만에 이 브런치 페이지를 다시 열려고 합니다. 사실 웃기려고 제목을 <우리 식당 정상 영업합니다...>라고 지었는데, 사실 여기 글들이 에세이처럼 순수 창작물이 아닌 기존 책이나 영화 등에 기대어 쓴다는 점에서 식당과 비슷하다. 요리가 애초에 땅에서 나온 것에 기대어 하는 행동이니, 식당이라는 비유가 마냥 나쁘지 않다. 아무튼 우리 식당 다시 문을 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우리 식당에 와주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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