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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월 이야기>를 봤습니다.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마냥 떨리는, "시작"

by 도시파도

이와이 슌지=러브 레터


영화를 자주 보기 전부터 '이와이 슌지'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한 시대를 기억하는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tv에서 그의 영화를 자주 보여줬습니다. 그 때 본 영화가 <러브 레터>였습니다. 제가 그의 영화를 처음 만난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말로만 듣던 그 영화는 그리 대단하지 않았습니다. 뭐라 해야 할까요. 친구가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사람 있는데 만나보라 해서, 막상 갔더니 좋은 사람이긴 한데 긴장감이 전혀 들지 않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요. 그 '유명한' 장면에 도달했음에도, 제 눈물샘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을 보고 나서는, '뭐지...'라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그런 적이 처음은 아니라 웬만하면 그냥 넘기고 맙니다만, 시대적 상징인 <러브 레터>에 아무것도 못 느끼는 건 내 마음이 이상한 게 아닌가.. 의심을 했습니다.


이런 참사가 두 번 다시 일어나선 안 돼!!


알고 보니, 그건 경험의 문제였습니다. 왜냐 하면 그 때는 고등학생이었고, 애인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었죠. (혹시 10대 분들이 이걸 보신다면, 부디 연애하세요. 진짜 진심으로..) 시간이 지나고, <러브 레터>를 두 번째로 봤을 때 저는 울먹거리는 걸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슬픈 영화였다니..) 따로 글을 쓸 지 안 쓸지 모르겠지만, <러브 레터>는 "두 번째 사랑"을 담은 영화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러브 레터>를 너무 이르게 보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굳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는 방법은 이 영화 <4월 이야기>를 먼저 보라는 겁니다.


<4월 이야기>는 '시작'을 다룬 영화


<러브 레터>가 "두 번째 사랑"을 다룬 영화라면, <4월 이야기>는 "첫 번째 사랑(?)"을 다룬 영화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모든 첫 번째"고, 마지막에 사랑 파트가 발을 살짝 담군 느낌입니다. 주인공인 '우즈키'는 '처음'으로 혼자서 도쿄로 상경합니다. 한 번도 온 적 없는 도쿄에서 자신의 삶을 '시작'하는 걸 그린 영화입니다. 이것이 영화의 소개며, 전부입니다. 이 영화는 시작을 다뤘고, 시작 그 자체입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시작이 전부입니다. (이건 영화를 보면, 아실 겁니다.)


<4월 이야기>는 '우즈키'가 고향을 떠나, 도쿄에서 새롭게 사는 과정을 '로맨틱하게' 그렸습니다. '시작'은 두근거리고, 설렙니다. 독립을 위해 하나하나 준비하는 설렘, 대학 새내기로 들어올 때의 기대감과 긴장감, 어색하게나마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갈 때의 떨림 등이 <4월 이야기>에 잘 담아져 있습니다. 하지만, <4월 이야기>는 살짝만 비틀어 보면 '시작'의 미숙함을 담아낸 영화기도 합니다. "처음하는 거라 어찌 해야 할 지도 모르겠어", "남들은 저렇게 잘 하는데 난 왜 이럴까", "용기를 내도 상황이 안 도와주네" 등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와이 슌지는 그 양면을 교묘하게, 귀엽게 배치했습니다.


<4월 이야기>는 다수의 로맨스 영화처럼 사랑을 다루진 않습니다. 하지만, '사랑의 시작'은 우리가 느끼는 '사랑'의 여러 정점 중 하나이며, 우리가 맞이하는 '시작' 중 감히 최고입니다. 영화는 이 의미를 충실하게, 아름답게 담아냈습니다. '시작'이 그립다면, '사랑의 시작'을 느끼고자 한다면, 당신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에필로그)


1. <4월 이야기>는 화면이 아름다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와이 슌지의 영화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 그는 빛을 상당히 잘 쓰는 듯합니다. <러브 레터>에서도 그래서 아름다운 장면들이 기억이 납니다.

2. '우즈키' 역을 맡은 '마츠 다카코' 씨는 고백이란 영화 포스터로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날카로운 느낌이었다면, <4월 이야기>에서의 그녀는 너무 애기애기해... ㅜㅜ 귀엽고, 예쁩니다.

3. <4월 이야기>뿐 아니라, 제가 본 이와이 슌지의 영화에는 버릴 캐릭터가 없었습니다. 하나하나가 사연이 있고, 기억할 만한 캐릭터들입니다. 하나의 스토리를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캐릭터들. 관객에게 상상의 여지를 주는, 공감의 영역을 남기는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4. <4월 이야기>가 제목인 이유는 일본은 신학기가 4월이라 하더군요. 알고 봐서 다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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