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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 후드 Feb 01. 2021

영화 <소셜 딜레마>를 봤습니다.

소셜 미디어에 대한 여러 '착각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넷플릭스에 미숙한 사람이 넷플릭스 스토리텔러가 됐다. 그런 사람에게 넷플릭스의 영상을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영화를 계속 '찾아다니다가' 영화 <소셜 딜레마>를 만났다. 원래 소셜 미디어를 안 하지만(해외 여행에서 만나는 친구들과의 연락을 위한 인스타그램 정도가 전부다), 소셜 미디어의 문제는 내게 큰 관심사다. 소셜 미디어라는 기술이 사회적 문제를 만들거나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영화 <소셜 딜레마>는 다큐멘터리와 드라마가 뒤섞인 형식이다. 다큐멘터리는 소셜 미디어의 창조주들의 인터뷰를 담았고, 드라마는 평범한 가족이 맞이하는 일상과 그 이면을 담았다. 스타일로 말한다면, 에드워드 스노든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시티즌포>와 기술로 인한 디스토피아를 담은 드라마 <블랙 미러>를 배치한 느낌이다. 


 소셜 미디어는 우리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관심받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가장 관심받고 인정받고 싶은 존재는 사람이 아니다, 바로 소셜 미디어 그 자체다. 소셜 미디어는 '관심'을 먹고 자란다. 그 '관심'의 원천은 다름 아닌 인간의 데이터다. 무엇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고, 시간을 투자하는지를 우리는 알게 모르게 소셜 미디어에게 제공한다. 그래서 소셜 미디어는 사실 공짜가 아니다. 대가는 당신의 정보, 즉 당신 자신이다. 영화 속에서는 소셜 미디어를 인간 장기 시장, 인간 노예 시장과 비교하며 "인간 선물 시장(Human Futures Market)"이라고 부른다. 


 영화 <소셜 딜레마>는 이와 같은 소셜 미디어에 대한 여러 "착각들"을 폭로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착각들"은 현대 사회의 성격과 문제들에 깊게 연관되어 있다. 소셜 미디어는 관심과 소통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소외시키면서 우울과 불안을 안긴다. 영화 속 10대 소녀들의 자해 사례와 자살률의 증가는 이런 의미로 해석된다. 인간은 사회적 연대 속에서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되는구나"를 느끼며 존재의 의미를 충족한다. 사람은 밥만으로는 살 수 없다.


 특히 요즘 대두되는 반지성주의에 대해서는 지극히 동감하는 바다. 반지성주의는 지식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음모론의 사고방식에 가깝다. 음모론은 어떤 복잡한 사태에 대해서 "거대한 흑막"이 있을 것이라는 사고방식이다. 음모론의 대표적인 사례는 프랑스 대혁명이다. 당시 프랑스의 기득권층인 부르봉 가문의 귀족들은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자 모국을 떠나 영국으로 이주했다. 그러면서 각자 "왜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걸까?"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나 너무 다양한 이유들이 얽혀서 발생한 프랑스 대혁명을 알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러자 프랑스 귀족들은 "그래! 우리를 음해하려는 거대한 세력이 있는 거야!"라고 함부로 결론지었다. 누군가는 템플기사단을, 누군가는 프리메이슨을 "거대한 흑막"이라 단정지었다.


 그런 의미에서 정보과잉 사회는 반지성주의에게 최고의 인큐베이터다. 너무 다양한 변수들에 지쳐 사람들은 단 하나의 원인을 상정해서 판단을 종료한다. 그리고 알고리즘은 음모론의 사고방식을 끊임없이 견고하게 만든다. 알고리즘은 '관심'을 먹고 자라니까. 그러니까 알고리즘의 추천 시스템은 사실 새로운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이미 내가 좋아할 것을 다른 방식으로 추천할 뿐이다. 사람들의 인식은 점점 편협해지고, 깊어진다. 현대인들은 모두 라푼젤이 된다. 


반지성주의는 자신의 무지를 자각할 수 없기에 타인과의 대화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가장 슬프고 거대한 진실은 "내가 영화 <소셜 딜레마>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나는 영화 <소셜 딜레마>를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으로 봤다.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 비판 영상을 넷플릭스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보게 된 아이러니다. 어찌 보면 우리들은 소셜 미디어가 만든 매트릭스를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매트릭스의 틈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 만든다는 뜻이지 않을까? 매트릭스의 네오도 한때는 지루한 회사원이지 않았는가.


매트릭스 속 네오가 든 책, 보드리야르의 <시뮬라르크와 시뮬라시옹>은 가상이 현실을 압도하는 세상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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