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셜리 Nov 27. 2022

08. [단독]"숲과 인간 세상 오갈 방법 찾아.."

[L부인과의 인터뷰], 홍지혜 지음, 엣눈북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그냥 셜리라고 불러주세요.


(저희 인터뷰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하루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셜리 님 가족은 어떻게 되시죠?

-밀당하는 매력적인 아들과 그의 아버지와 살고 있습니다.


지금의 남편분은 어떻게 만나셨나요?

-처음엔 먹잇감으로 점찍어 접근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사슴뿔을 가진 늑대가 아니겠어요? 살면서 그렇게 생긴 늑대는 처음 봤어요. 호기심에 접근했다가 '나를 이렇게 대하는  네가 처음이야.' 수작에 넘어가 결혼까지 하게 됐습니다.


셜리 님 결혼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나요?

-음, 집안일과 간병을 했습니다. 돈이 안 되는 일을 열심히 했어요. (   ) 지망생 시절을 오래 보냈죠. 대기업 직원 지망생, 작가 지망생 등 각종 지망생이요.


지금은요?

-집안일과 때때로 간병과 돈이 되는 일을 합니다. '~하고 싶다' 꿈만 꾸던 시절을 벗어나 드디어 무엇인가가 됐어요.


후회는 없으세요?

-어떤 일이든 후회는 없어요. 다만 그 모든 걸 다 하려니 너무 힘이 드네요.


집안일 중 제일 힘든 건 무엇인가요?

-끝이 없다는 거요.  잘못했다고 욕먹을 일은 없지만 … 그렇다고 잘했다고 칭찬받지도 않고요. 퇴근이 없고 당연히 월급도 없어요.


그렇다면 특별한 취미는 없으신가요?

-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했어요. 영화나 전시, 음악회 보는 걸 좋아했고… 여행도 좋아하고…


셜리 님, 무엇을 찾고 있죠?

-아, 내 정신이야. 뭔가를 찾고 있었는데, 뭘 찾는지 깜박했네요. 제가 요즘 계속 그래요.


인간 세상에 적응하기는 수월하셨나요?

-힘들었죠. 상상 이상이었어요. 아이가 크니 몸이 힘든 건 좀 덜해요.  내년에 학교에 가는데 또 새로운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겠죠?


하루 중 제일 바쁠 때는 언제인가요?

-저녁이요. 하루에 한 끼는 꼭 집에서 먹자 싶어 밥을 하면 설거지도 해야 하고… 아이 한글 공부도 좀 봐줘야 하고, 남편이 다음날 입을 옷도 챙겨줘야 하고, 다 못 끝낸 일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늦게 잘 수밖에 없어요.


다시 숲으로 돌아가실 생각은 없으세요?

-전 인간 세상에 와서(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 제 꿈을 이뤘어요. 숲과 인간 세상을 오갈 방법을 찾았답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서 사냥할 시간을 늘려가겠어요. 아이와 남편도 사냥하는 제 모습을 멋지다고 이야기해 줄 거예요!




당신은 무엇을 찾고 있나요?


[L부인과의 인터뷰]

홍지혜, 엣눈북스


<L부인과의 인터뷰>는 결혼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늑대 부인으로 설정해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한 그림책이다. 결혼 전 가졌던 직업을 사냥에, 꿈을 향해 정진해 나아갔던 시절을 야생에 비유했다.


부인은 인터뷰를 하며 부산스럽게 무언가를 찾고 있는데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마치 바쁘게 집안일을 하면서 주부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도, 워킹맘으로 살기 위해 아이를 제쳐두고 나서지도 못하는 경단녀의 모습을 닮았다.


책은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다만 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다정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건네준다. 누군가를 부러워만 말고 남편과 아이에게 은근히 원망의 눈빛을 보내지 말고 나 자신에게 물어보자.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언젠가 한 번쯤은 명료한 언어로 답해 보길 바란다. <L부인과의 인터뷰>는 생각을 정리하기에 더없이 좋은 인터뷰어가 되어줄 것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한 100일간의 챌린지
'그림책에서 첫 문장을 빌려오다'
작가의 이전글 07. 불행이 나만 피해갈 리 없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