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이 나만 피해갈 리 없지]
한때는 세상이 행복으로 가득 차 보였지. 사탕을 고를 때 제일 맛있는 맛만 내게 올 것 같고 말이야.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녔던 나는 내가 선택받은 특별한 사람인 줄 알았다. 그래서 모든 불행이 나를 피해가고 다른 사람들이 혼란을 겪을 때 신이 나타나 '나만'구해줄 거란 착각을 했다. 구분된 사람이기에 특별히 몸을 사리고 구설을 피하며 살았다. 가정과 학교가 세상의 전부였던 때다. 조금만 노력하면 성취를 인정받던 때. 초심자의 행운이 통하던 때. 부모란 든든한 방패막이 더 없이 높아보였던 때. 그래서 누구나 작은 빛을 가질 수 있던 때였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 엄마가 자궁경부암 4기란 사실을 알았다. 너무 놀라면 할 말을 잃는다. 말을 잃었으나 복잡했던 머릿속엔 선택받은 내가 불행을 겪게 된 것에 대한 당황스러움이 있었다. 불행이 나를 피해가지 않았다니. 내가 유난히 눈에 띄는 하나가 아닌 이름 없는 다수였단 말인가?
'엄마가 아파'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닌가?
'엄마가 아파'
'그럼 나는 누구지?
'엄마가 아파'
'먼지? 티끌? 모래? 저 평범한 사람들 중에 하나.'
'엄마가 아파'
'내가?'
'엄마가 아파'
'내가 얼마나 대단한데.'
'엄마가 아파'
'그래서 내가.. 특별하고 대단한 내가... 엄마를 위해 무얼 할 수 있지?''
불행은 나를 특별한 사람에서 평범한 사람이 되게 했고 반짝이는 별에서 먼지가 되게 만들었다.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하며 고통을 겪는 엄마 곁에서 나는 내가 누구인가를 생각했다. 나는 이기적이었다. 옳지 않았고 착하지 않았다. 불행이 아니었다면 보지 못했을 나의 어둠이다.
끝끝내 내가 인정할 때까지 불행은 나를 구석으로 몰아갔다. 구석으로 들어갈 땐 혼자 였는데 벽에 가로막혀 몸을 돌리자 수많은 불행한 이들이 보인다. 불행이 '나만' 피해갈 리 없지란 말에 숨겨진 사람들이 이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엄마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나를 성장시켰고 그 덕에 나는 나만 아는 어린이에서 다른 이들을 품을 수 있는 어른이 됐다.
불행이 나만 피해갈 리 없지. 나는 평범하고 사소한 우주의 일부다.
내게 머문 상황에 행복과 불행의 이름을 지을 수 있는 나는, 특별하진 않지만 유일하다.
[불행이 나만 피해갈 리 없지]
정미진 글, 김소라 그림, 엣눈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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