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셜리 Nov 24. 2022

06. 할머니, 사랑이 뭐예요?

[사랑 사랑 사랑] 이 죽일 놈의 사랑

어렸을 때의 일이에요. 나는 우리가 살던 집 앞뜰에서 할머니에게 물었어요.


“할머니 손은 왜 이렇게 쪼글쪼글해요?”

“나이가 들어서 그렇지. 네 손은 작고 보들보들하구나.”


“할머니는 왜 할아버지랑 결혼했어요?”

“일본이 젊은 여자들을 끌고 간단 소식을 들었어. 결혼하면 괜찮을 줄 알고 했단다.”


“그럼, 사랑하지도 않는데 결혼을 한 거예요?”

“그때는 다 그랬지.”


“사랑하지도 않는데 아이도 낳고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죽기 살기로 일을 했지. 그랬는데도 둘을 잃었어.”


“저는 엄마가 죽으면 따라 죽을 거예요.”

“세상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단다.”


“어른이 되면 다 알게 될까요?”

“알 수 있는 건 알고 모르는 건 여전히 모르겠지.”


“할머니도 모르는 게 있어요?”

“음, 내가 언제 죽을지… 내가 얼른 가야 네 엄마가 고생이 덜 할 텐데...”


“엄마는 힘이 엄청 세서 괜찮아요.”

“네 엄마는 어릴 때부터 약했어. 잔병치레를 많이 했지.”


“할머니가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엄마가 어린아이 같아요.”

“나이를 먹어도 자식은 항상 아이 같지.”


“할머니, 사랑이 뭐예요?”

“나도 잘 모른단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를 미워하며 살진 않았단다.”













사랑이 뭘까요? 답을 찾으셨나요?

[사랑 사랑 사랑]

맥 바넷 글, 카슨 엘리스 그림, 김지은 옮김, 웅진주니어


어릴  엄마와 아빠는 많이 다투셨어요. 고성이 오가고 물건이 오가고 이혼 이야기가 오갔죠. 그땐 너무 무서워서 아빠가 집에 들어오시면 침대 밑에 들어가 숨었어요. 나중엔 그마저도 지겨워지더라고요. 어느 날은  싸우는지 잠자코 듣게 됐어요. 그렇게 매일 열심히 싸우는 이유가 궁금하더라고요. 어린 나이였지만 문제는 결국 '사랑' 때문이라는  알았어요. 술을 마시고 울부짖는 이유가 '나를  알아달라. 나를 인정해달라.' 외침으로 들렸어요. 안타까웠어요. 비어있는 마음의 곳간은 무엇으로 채울  있을까요? 사랑한다는 말로 해결될  있을까요? 그때부터였어요. 사랑이 뭘까 하는 질문을 세상에 던진 .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어쩔 땐 사랑이 가득 차서 흘러넘칠 때가 있어요. 그럼 엄마, 아빠를 모두 이해한 것 같아 우월감까지 들다가, 어느 땐 살아있는 게 벌 받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몇 달 전 돌아가신 할머니는 알고 계셨을까요? 100년 가까이 사셨으니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배신당하고 그럼에도 사셨으니 답을 알지 않으셨을까요? 마지막에 꼭 물어보고 싶었는데... 위독하시단 이야기를 듣고 찾아뵙질 못했어요. 제가 코로나에 걸렸었거든요.


직접 듣진 못했지만 그분의 삶이 말해주는 걸 그대로 적어보았습니다. 생전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래서 한 번도 직접적으로 애정 표현을 한 적은 없었지만... 나눴던 많은 이야기가 제 기억 속에 남아있어요. 누군가를 안다는 것, 이해하는 것, 그래서 행복하길 바란다는 것. 그게 사랑이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한 100일간의 챌린지
'그림책에서 첫 문장을 빌려오다'
작가의 이전글 05. 만약에 말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