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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Nov 27. 2022

09. 나는 물이 싫어

[나는 물이 싫어], 에바 린드스트룀, 단추

내 이름은 알프. 나는 물이 싫어.


내 이름은 셜리. 나는 물이 싫어.

물은 차갑고 축축하고 크고 까매.

힘도 엄청 세지.

어디로 갈지 알지 못하게 흐르고

물에는 마음이 없어.


친구랑 따뜻한 남쪽 나라로 여행을 갔을 때

바나나 보트를 탔지.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던 보트가 갑자기 뒤집혔어.

차갑고 축축하고 크고 까만 물이 내 다리를 잡아당겼어.


바다의 끝은 어디일까?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던 내가 발버둥을 치자

다리가 하늘 위로 솟구쳤어.


나는 물이 싫어.

가슴이 찌르르 코끝이 찡해지면 눈에서 물이 나와.

멈추려 해도 흐르는 눈물.

눈에서 물이 나오는 내 모습은 얼마나 바보 같은지!


나는 물이 싫어.

하늘에 구멍이 뻥 뚫렸나 봐. 하루 종일 비가 와.

비가 오면 차갑고 축축하고  크고 까매.

태양이 사라지고 마음엔 그늘이 지지.


나는 물이 정말 싫어.

하지만 물이 흐르고 나면

사람들이 모이고

마음은 단단해지고

따뜻한 태양은 더욱 반짝이지.


그래도 물은 정말 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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