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동들로 순간을 채우기
외롭고 무기력하며 앞날이 막막할 때, 무엇을 해야 할까?
일단 만사일 다 제쳐놓고 이불속에 들어가서 누워 쉬는 게 능사일까?
나의 경우는 움직이는 게 답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스멀스멀 퍼지려 할 때
나는 움직인다. 뭐라도 해야 한다.
가장 쉽고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밖으로 나가서 걷는 것.
좋아하는 노래들을 들으면서 정처 없는 산책 길에 나선다. 한국에선 매일 같이 집 근처 한강을 거닐었는데 나만의 한 시간짜리 왕복 코스가 있었다. 그렇게 걸으며 내가 직면한 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인지, 현명하게 해결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나와의 대화를 시작한다. 코로나 덕분에 쓴 마스크는 내가 아무리 혼자 중얼거려도 남들이 알 수 없게 해 주는, 나름 고마운 장치가 돼주었다. 지금 여기 미국에서도 아무리 이불 밖은 위험하다 할지언정 나는 거의 매일 같이 40분-1시간 동안 바깥공기를 쐬려고 한다. 확실히 다녀온 이후엔 그늘지려했던 기분이 개이는 것을 느낀다. 걷기 이외에도 집안 청소, 빨래, 스트레칭, 심지어 영어 쉐도잉 등등 조금이라도 내 근육을 쓰게 하는 일련의 활동들을 통해 기분 전환은 가능하다.
물론 이 방법들은 일시적인 해결법이다. 근본적인 나의 갈등과 문제들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나의 경우 시간이 의미 없이 흘러감을 느낄 때와 꽤 오랫동안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두려움을 느낀다. 올해 한국에서 보낸 약 5개월의 기간 동안 이 두려움을 자주 마주했다. 지인들과의 약속, 가족 여행, 맛있는 것 먹기 등으로 순간순간 엔도르핀을 활성화시킬 수는 있었지만 그 이후엔 항상 허무함을 느껴야 했다. 물론 내가 생산적인 무언가를 항상 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달고 있음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 거금과 수많은 시간을 투자해 '유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기에 마냥 놀고만 있는 게 편할 수가 없던 것이다.
미국에 온 지 딱 3주가 지났다.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한다(물론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움). 방 안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고, 밖에서 사람들을 만날 일도 많지 않다. 수업, 과제, 작업 등에 쓰는 시간 빼고 남은 시간엔 고독함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뭐라도 한다. 요즘 내가 애정 하는 미드 'Kidding', 'The offfice'로 영어 공부를 하고, 그동안 보고 싶던 영화들을 보고, 미국 뉴스를 간간히 보며 영어가 얼마나 들리는지 체크한다. 영어가 지겨워질 때면 유튜브를 통해서 성공적으로 미국에 정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삶의 깨달음을 주는(?) 체인지 그라운드 같은 영상들을 본다. 그리고 이렇게 글쓰기 또한 시작하였고. 내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 되는 일들로 순간들을 채우고 있다는 생각에 나름의 재미를 느낀다(성장하는 것에 쾌락을 느끼는 피곤한 성질을 가진 게 분명하다).
얼마 전 본 유튜브 영상에서도 걱정의 틈을 채워줄 유일한 방법은 끊임없는 몰두라고 했다. 이 말에 완전한 동의를 한다. 순간순간 행하는 것에 몰입하기. 그것이 아무리 별 거 아닌 일일지라도, 가만히 있으며 마음속 깊은 곳으로 침전하지 않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