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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러리 Apr 04. 2020

계란 한 판

아마존 AMZN

“매우 매우 고통스러운 2주가 될 겁니다.” 만우절 거짓말 같은 한 마디였다. 지난 4월 1일 트럼트 대통령의 한 마디에 뉴욕증시는 지난 2주 동안의 상승분을 한꺼번에 반납했다. 연준의 제로금리와 정부의 돈풀기라는 응급 심폐소생술을 써서 억지로 되살린 증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코로나 사태에 대책 없이 낙관적이었다. 4월 13일 부활절까지는 미국 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때부터 좀 불안했다. 리더가 방심하면 사태는 악화된다. 코로나 사태가 국경을 건널 때마다 판박이처럼 반복되는 각국 리더들의 치명적 실책이다. 역시나였다. 데보라 벅스 미 백악관 신종 코로나 대응 조정관은 “최선을 다하더라도 사망자가 최대 24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포를 전할 때조차 그녀의 우아한 스카프는 눈길을 끈다. 세련되고 강인한 미국 여성 관료. 이때부터 스트롱맨 트럼프조차 겁에 질린 티가 역력했다. 특히 TV에서 뉴욕 퀸스의 참상을 목격하곤 태도가 돌변한걸로 알려졌다. 퀸즈는 트럼프와 스파이더맨의 고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창문 모양까지 기억한다는 퀸즈 엘머스트 병원에 시산이 쌓아가는걸 폭스뉴스로 보곤 큰 충격을 받았다. 사실 트럼프는 겉보기엔 억세지만 알고보면 마음 약한 남자다. 밥 우드워드가 쓴 <공포>를 보면 트럼프가 취임 직후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전사한 군인의 장례식에 참석한 직후 내면적으로 힘겨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가족들의 울부짖음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코로나 상황을 브리핑하는 자리에서도 트럼프는 많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원래도 좀 횡성수설하는 편이지만 이번엔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럴만도 하다. 사망자가 최소 10만명을 넘길 거라는 숫자 앞에서 당황하지 않을 정치 지도자는 없을 것이다. 치료법도 없는 상태다. 결국 뉴욕증시는 추풍낙엽처럼 추락해버렸다. 어차피 예견된 일이었다. 다우존수 선물지수가 개장 전부터 바닥을 치고 있었다. 대통령이 흔들리자 증시도 흔들렸다. 정치가 시장이나 모두 심리 게임인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4월 1일 미국장에서 노려왔던 몇몇 주식들을 매수했다. 무엇보다 아마존을 샀다. 솔직히 너무 비싸서 소수점 매수를 할 수밖에 없었다. 떨어져도 1900대였으니까 말이다. 아마존을 산건 트럼트 대통령이 고통 이후에 제시한 당근 때문이었다. 이미 2조2천억 달러의 슈퍼 코로나 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했다. 트럼프는 여기에 새로운 부양책을 더하겠다고 선언했다. 달러를 더 풀겠다는 얘기다. 맞다. 달러는 코로나 백신이 아니다. 다만 달러는 코로나로 육체적 고통을 받는 미국인들의 경제적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 치료제는 아니지만 진통제는 된단 말이다. 달러라는 진통제를 맞으면서 미국 경제가 그럭저럭 버텨만 준다면 결국엔 고통은 끝날 것이다. 국민 1인당 1200달러의 코로나 보조금은 결국 소비진작책이다. 미국은 돈풀기가 잘 먹히는 나라다. 돈을 풀면 한 달안에 70%가 소비된다. 경제가 선순환된다. 그렇다면 소비는 당장 어디로 몰릴까. 아마존. 아마존의 미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45%에 달한다. 달러는 아마존으로 몰릴 것이다. 물론 월가의 선수들도 이걸 모르진 않다. 2조2천억 달러 코로나 부양책이 나왔을 때부터 아마존 주가는 연일 강세였다. 솔직히 2월 14일에 주가 2134.87때 매수한 아마존 주식 0.15주 때문에 포트폴리오가 손상된 상태였다. 코로나가 미국을 덥치기 직전이었다. 아마존의 진짜 캐쉬카우인 AWS의 전망을 밝게 보고 들어갔다. 나름 코로나 수혜주로 읽었다. 코로나가 미국 본토를 덮치자 그런 기업 분석 따위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맘 먹고 아마존을 0.19주만 더 사봤다. 주당 1963.95달러에 들어갔다. 역시나 트럼프의 추가 경기부양책 예고에 다우존스도 상승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성급했다. 이튿날인 4월 2일 목요일장에선 2차 실직쇼크가 덥쳤다. 3월 셋째주 신규 실업수당신청자수 334만건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었다. 그런데 3월 넷째주 신규 실업수당신청자수가 665만건이었다. 도합 1000만명이 코로나 실직을 당한 셈이었다. 대공황급 경제 위기가 닥쳐올 판이었다. 상승세였던 아마존 주가도 이건 도저히 못견뎌냈다. 1906까지 밀렸다. 다행히 아마존 말고 함께 매수한 다른 주식들은 꽤 탄탄했다. 월마트가 대표적이었다. 지금 대표적인 코로나 인빈서블 종목이 월마트다. 그건 그것대로 분석 대상이었다. 호기심이 생겨서 그 핑계로 유튜브 신기주의 비즈니스맨에서 나름 코로나 속 월마트를 분석해봤다. 알면 알수록 월마트는 대세 기업이다. 그래도 아마존 0.15주 때문에 속이 쓰렸다. 나름 오프라인 커머스 최강자 월마트와 온라인 커머스 최강자 아마존을 함께 매수한건데 말이다. 확실히 아마존은 너무 비싸고 너무 큰데 심지어 너무 변동성까지 크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했다. 그건 꽤 잘 지키는 편이다. 여러 산업과 기업에 대한 폭넓은 호기심 탓도 크다. 계란 한 판을 하루에 사지 말라는 조언은 솔직히 누구한테도 듣지 못했다. 4월 1일 만우절에 아마존까지 살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소수점 매수는 시세를 보면서 할 수도 없다. 사전에 매수신청을 하면 신한금융투자에서 그날 시세에 맞게 매수해주는 구조다. 이래저래 너무 성급했단 말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떨어졌으니까 하는 말이지만 말이다. 덕분에 계란 한 바구니를 하루에 사지 말라는 교훈을 스스로 깨우쳤다. 시장은 늘 변한다. 요즘처럼 코로나 장세에선 하루가 다르고 오전오후가 다르다. 다시 한번 워렌 버핏의 충고를 되새겼다. “The stock market is designed to transfer money from the active to the pat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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