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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러리 Apr 09. 2020

김은숙 테마주

스튜디오 드래곤 253450

또 만났다. 지난 4월 6일 월요일에 CJ ENM이 스튜디오 드래곤의 지분 8%를 블록딜했을 때 다시 매수할 타이밍이 왔구나 싶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스튜디오 드래곤의 주가는 8만원대였다. CJ ENM이 스튜디오 드래곤 지분 225만주를 주당 7만3800원에 매각하면서 시장가는 7만원대로 내려앉아버렸다. 무려 9%나 할인된 가격이었다. 물량은 JP모건을 통해 대부분 외국계 재무적 투자자로 흘러들어갔다. 

CJ ENM은 이렇게 마련한 1660억원을 CJ CGV를 지원하는데 쓸 공산이 크다. CJ CGV는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런데도 CJ CGV 주가는 2만3700원까지 올라왔다. 코로나 이전 주가였던 4만원대를 회복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로도 썩 나쁘진 않다. 경제는 추세가 중요하다. 

최대 주주가 9%나 할인된 가격으로 지분을 팔아버렸으니 스튜디오 드래곤의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분통 터질 노릇이다. 스튜디오 드래곤의 주가는 3월 코로나 증시에서도 독야적적 상승세였다. 그렇게 버텨온 상승분을 최대 주주가 한 방에 날려버렸다. 주가는 화요일과 수요일을 거치면서 하루하루 7만7000원대에서 7만6000원대로 차례차례 한 계단씩 하락했다. 

7만4000원대에 진입하면 매수할 생각이었다. 원래 스튜디오 드래곤 주식을 4주 갖고 있었다. 주당 7만4000원에 매수했었다. 지난 2월 14일에 주당 8만3700원을 찍었을 때 그 중 3주를 매도했다. 구태여 1주를 남겨둔건 그저 재미삼아서였다. 1주 정도는 그냥 수중에 갖고 있고 싶었다. 그래서 7만4000원대였다. 스튜디오 드래곤 주식이 다시 7만4000원대로 떨어진다면 다시 매수해볼까 싶었다. 9일 목요일 아침에 마침내 타이밍이 왔다. 다른 종목들을 매수하려고 이리저리 스터디하다가 문득 발견했다. 주가가 7만4900원을 찍는게 보였다. 애초부터 많이 살 생각은 없었다. 아는 주식보단 모르는 주식들에 대한 흥미가 더 컸기 때문이다. 주가가 7만4600원을 찍었을 때 7만4500원에 1주 매수 주문을 넣었다. 물론 더 떨어지리란건 알았다. 그동안 일단 하락세에 놓인 주식은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는걸 배웠다. 100원 단위로 한 걸음 한 걸음씩 지루한 후퇴를 거듭한다. 폭락장이 폭포 같다면 하락세는 계단 같다. 솔직히 1주를 사려고 하루 종일 지루한 퇴각전을 관전하긴 싫었다. 기존에 보유했던 7만4000원짜리 1주에 7만4500원짜리 1주면 앞으로 주가 흐름을 더 흥미롭게 관찰하기엔 충분하다 싶었다. 오후에 보니 스튜디오 드래곤 주가는 한때 7만3800원까지 떨어졌던 상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CJ ENM이 블록딜한 할인가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가격이었다. 그래도 4월 9일 목요일장에선 겨우 7만4000원대는 방어해냈다. 

“하락장은 당신이 사고 싶은 주식을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피터 린치가 한 말이다. 아직 배울게 많지만 이미 상승의 빨간색보단 하락의 파란색을 더 좋아하게 돼 버렸다. 기회라는걸 알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드래곤 주식을 다시 매수하겠다고 결심한건 주가가 원하는 만큼 떨어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김은숙이라는 기회가 가까이 왔다고 봤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말하자면 현재 김은숙 테마주다. 

김은숙 작가의 신작 <더 킹 : 영원한 군주>의 첫방일이 4월 17일 금요일이다. 물론 흥행 여부는 열어봐야 안다. 코로나 사태로 안방극장은 성황인 상태다. 플랫폼은 SBS다. 동시간대에 최고 인기 드라마 <하이에나>를 방영하고 있다. SBS라는 지상파 플랫폼 자체가 <하이에나>나 <더 킹 : 영원한 군주> 같은 대작 드라마로 주목 받는건 오랜만이다. 충분히 흥행 이어달리기도 기대해 볼만 하다. 그렇다고 솔직히 SBS 주식을 사고 싶진 않았다. 넷플릭스 정도의 글로벌 플랫폼이  아니라면 국내 지상파 플랫폼 주식은 별 매력이 없다. 그보단 스튜디오 드래곤처럼 여러 플랫폼을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 제작사가 더 매력적이다.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 이름값을 해줘야 한다는 위험한 전제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솔직히 <더 킹 : 영원한 군주>의 흥행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흘러다니는 뒷얘기를 종종 듣는다. 믿거나 말거나한 얘기들이다. 대작일수록 소문이 무성한 법이다. 이번에 연출이 이응복 감독이 아닌건 솔직히 가장 큰 불안요소다.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감독의 콤비야 말로 한국 드라마 사상 최강의 조합이다. 그래도 <도깨비> 신화를 만들었던 김고은의 존재는 든든하다. <도깨비>의 글로벌 만루홈런에는 극을 이끌어가는 동력 역할을 했던 배우 김고은의 기여가 컸다. 그녀라면 <더 킹>을 어떻게든 끝까지 끌고가 주지 않을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고, 홈런도 쳐 본 사람이 친다. 

피터 린치는 말했다. “완전하거나 완벽한 정보 없이도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아주 분명한 정보들이란 거의 없으며 설가 그런 것들이 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덕을 보기에는 그 때는 이미 너무 늦었을 때이다. 모든 정보를 알기를 원하는 과학적 사고의 소유자들은 여기에서 좌절되기 마련이다.” 스튜디오 드래곤 같은 흥행산업주에 투자할 때 이만큼 딱 들어맞는 조언도 없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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