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희 May 17. 2020

재택근무를 하며 알게 된 세 가지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 생산성에 대한 깨달음.

Photo by Allie on Unsplash


올해 2월 코로나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튜터링 역시 70여 명 전원이 재택근무를 하기로 결정하고,

두 달 이상 재택근무 시행 중에 있다.


처음 재택근무를 결정할 때 모든 리더가 그렇듯이, 퍼포먼스 저하 등을 걱정하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팀의 협업 스타일이 슬랙, 지라, 구글 Suite 중심으로 이미 온라인상에서 대부분 진행 중이었고, 이에 약간의 퍼포먼스 저하만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다.

약간의 퍼포먼스 저하라면, 임직원 모두 코로나 걱정을 하고 출퇴근을 하는 것보다,

전체 사업장을 폐쇄하는 등의 일이 생기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그런데 예상외의 일이 생겼다.

재택근무를 두 달 이상 한 결과, 퍼포먼스 저하가 아닌 높아지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물론 아래 세 가지는 주관적인 느낌에 가깝고, 사업별 카테고리에 따라 대처가 달라야 할 것이라 본다.


튜터링팀의 경우 우연히 세 가지의 장점이 발견되었는데,


첫째, 커뮤니케이션이 더 빠르고 간결해졌다.

웬만한 회의는 20분 내로 끝나서 업무 시간이 절약되었다.

불가능해 보였던 나의 미팅 줄이기 프로젝트도 성공했다.  일일 미팅 수 5~9개 에서 3건 이하로 성공.

회의 요청 보다, 서로 먼저 기획하고, 명문화시킨 후 논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더 많은 우선순위 하위의 의사결정 안건들이 회의 없이, 슬랙에서 즉시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다.

자연스럽게 슬랙 피드가 명문화/정리된 이메일과 같이 고도화되었다.

  ㄴ 다들 화상회의에서 불가피한 오해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리, 메모가 습관이 되었다.

의외로 협업이나 아이데이션도 온라인으로 충분히 가능했다.

화면 공유와 동시에 피그마, 구글 시트 내 공동작업에 대해 모두가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다들 온라인 상태에 회의도 줄어드니, DM의 피드백이 매우 빨라졌다. 답답해서 직접 자리로 찾아다니던 비효율은 사라졌다.


둘째, 투명한 결과 중심의 문화가 더 강화되었다.

재택근무를 시작하며 노션에 업무를 관리하기 시작했는데, 노션에 담은 각 프로젝트별 블로그는 굉장히 성공적으로 활성화되었다.

각 프로젝트별 Todo와 결과 산출물이 매일 각자 업데이트되었고, 불필요한 공유/보고는 사라졌다.

부서 간 협업 스피드와 역량은 유지된 채로 직책의 차이 없이 하나의 결과를 향해 움직였다.

김용섭 소장님의 "더 평등하고 더 깊어진 ‘언컨 택트 사회'… 진짜 실력자만 살아남는다"라는 칼럼의 내용을 현실적으로 매우 공감하게 되었다.


셋째, 전체적으로 업무 몰입도가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업무 몰입도가 높아져 퍼포먼스 결과로 나타났다.

그동안 수많은 미팅을 해야지만 정리된다고 생각했던 기획, 개발, 운영 고도화 분야에서 각자가 집중해서 정리해내니, 단기간에 압축적으로 업무가 추진되었다.

출퇴근, 회의로 인한 잦은 이동에 쏟은 에너지는 이제 생각을 정리하는데 쓰는 중이다.


재택근무가 장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팀의 경우 서로의 유대감이나 친밀감 높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는데,

온라인으로 한계가 많았다. 특히나 새로 온 분들은 적응이 힘들거라 생각한다.

특히, 아쉬운 것 세 가지를 꼽자면 아래와 같다.


첫째, 사라진 시연회와 타운홀 미팅

시연회는 개개인이 주인공이 되는 현장이었다. 모두 단체로 모여있는 상황을 제한하다 보니 거의 세 달째 시연회가 없어져서 개발자뿐 아니라 전체적인 팀의 동기 보여 저하가 우려되기 시작했다.

매월 우리 팀의 성과와 계획을 타운홀 미팅을 통해 공유, 토론하곤 했는데.. 그 모임이 사라지니 다소 탑다운식으로 의사결정이 되는감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분명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 본다.


둘째, 사라진 잡담과 수다, 즐거운 분위기

가끔 오프라인 회의를 하러(현재 주 1회 이상 오프라인 미팅 권장 중) 회사에 가보면 평소와 다른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스티브 잡스가 재택근무를 반대하며 주장했던 무작위 토론 속의 아이디어를 통한 창의성 구현 - 이 부분까지는 역시 힘들 것 같다.


셋째, 없어진 프로젝트 회고 후 회식

우리 팀은 단체회식을 하지 않는다, 대신 프로젝트 후에 회고를 하고 간식 또는 회식을 권한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했음에 대한 축하와 함께 서로 간의 오해와 갈등이 있었다면 빨리 회복하길 원해서다.

줌 파티로도 불가능한 진솔한 이야기는 어디서 해야 하나, 두런두런 앉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던 예전이 그립다.


이번 기회로 업무 생산성과 효율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모든 미팅이 한 시간 단위로 그렇게 길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미팅이 그렇게 많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대게는 모두 각자의 역할 속에서 답을 가지고 있고,

비즈니스 리스크가 아주 크지 않는 한 모두가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되는 편이

전체 퍼포먼스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개개인의 동기부여에도.


재택근무 결정도 임직원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되지만,

업무 효율화의 Key 역시 한 명 한 명의 결과에 대한 신뢰에 있었다.

이번 재택근무는 반강제적인 언컨택트 상황이 재현되어,

재택근무를 선택한 모든 기업이 개개인을 더욱 신뢰하고 맡길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관리 요소를 줄일수록 더 높은 퍼포먼스 향상이 가능했음을 실제로 느끼게 된 두 달이었다.



튜터링팀의 주관적인 경험담이었습니다.

재택근무나 업무 생산성에 관해 팁이 있으신 분들은 더 많이 의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작년 한 해, 나를 살린 습관 하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