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진 우리들의 인생처럼..
Prologue
개괄적인 영화 평에 앞서 이 영화가 가져온 파급효과는 익히 다들 알고 있으리라,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음은 물론이고 영화평론가에게 큰 시사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동성애 관련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동성애는 개인의 선택이며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지지하진 않는다는 것이 나의 견해이기 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견해를 지닌 사람들에겐 이 영화가 조금 거부감이 들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서 이 글을 쓴다. 이 영화는 흑인과 동성애 이 두 가지 소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흑인과 동성애 그 프레임에 갇혀두기엔 아깝다고 생각한다. 이동진 평론가가 이 영화에 대해 '삶 자체를 뒤흔든 순간에 관한 영화'라고 평을 했든 한 사람의 인생의 굴곡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감상하길 바란다. 소재에 제약받지 않고 많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길 바란다.
이 영화는 유년기, 청소년기, 성년기 이렇게 세 가지 순차적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에 이 순차적 구성에서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영화 그 자체만을 내재적으로 분석하려고 한다.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또 다른 훌륭한 도구가 될 브런치 주소를 소개하며 영화 감상을 시작하고자 한다.
내 글을 읽지 않고 이 글만 읽어도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https://brunch.co.kr/@kimoon/16
1. Little
My name Chiron.
(and)
But people call me Little.
유년시절 샤이론이 후안에게 힘들게 처음 뱉은 말이다.
아이들에게 따돌림과 괴롭힘을 받던 샤이론은 그들의 괴롭힘을 피해 사람이 살지 않는 어떤 건물로 들어와 숨게 되고 이 곳에서 후안을 처음 만나게 된다. 위에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후안은 샤이론에게 세상의 빛을 선사하고 닫힌 문을 열어주는 존재로 다가가게 된다.
첫 만남 후 샤이론은 후안의 집으로 다시 찾아가게 되고 자신의 유년시절을 생각나게 했던 덕일까? 후안은 샤이론에게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매개체인 바다의 경험을 " You are middle in the world"라는 말과 함께 선물한다. 그 후 자신의 할머니가 달빛 아래에서 해주었던 이야기를 샤이론에게 그대로 해주며 용기를 북돋아준다.
In moonlight’
she say,
‘black boys look blue. You blue,’
she say.
‘That’s what I’m gone call you:Blue.’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놓치기 쉽지만 핵심인 장면이 등장한다.
바로 이 장면이다.
좀처럼 고개를 빳빳이 들고 남을 마주하기 힘들었던 샤이론은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표출하기 시작하는데 그 장면이 바로 이 춤추는 장면이다. 남자아이의 몸짓으로 추기엔 다소 선이 여성성이 투영되어 보였고, 이 여성성은 점차 샤이론의 내부에서 싹이 트기 시작한다.
그 후 학교에서 돌아온 샤이론은 입욕제에 바다 색깔의 입욕제를 잔뜩 풀고 편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후안과 샤이론
후안과 그의 엄마
이 두 개의 독립적 관계를 왜 설정한 것일까?
이러한 의문은 좀처럼 풀리지 않다가 비로소 풀리기 시작한다. 영화 속 마약 판매상으로 등장했던 후안의 고객이 바로 샤이론의 엄마였던 것이다. 후안에게 마약을 구입하여 흡입한 엄마는 집으로 돌아와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모습을 표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샤이론에게 이러한 행위가 처음이 아니었던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샤이론은 늘 고개를 푹 숙인 채 눈을 치켜뜨고 있는 얼굴 표정을 늘 연출하였는데, 이 표정의 근원적인 뿌리가 바로 이러한 엄마의 행태 때문인 것이다.
또래 친구들이 자신을 괴롭힐 때 호모라고 괴롭혔던 모양이다. 샤이론은 후안에게 호모라는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물어보며 후안을 당황시키고 후안은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말이라고, 이 말을 들으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대응을 할 것을 말하지만 샤이론은 수긍하는 태도를 취하며 이 장면이 마무리된다. 이어서 샤이론은 연이어 두 가지 질문을 하며 자리를 떠난다.
1. Do you sell drugs?
2. And my momma, she do drugs, right?
학교에서의 괴롭힘은 그 정도를 더해가고, 엄마의 마약중독 때문에 샤이론은 곤욕을 치른다. 이 장면에서 후안의 죽음이라는 정보가 제공되고 샤이론에게 빛을 선사하는 보금자리 같은 역할이 사라졌음을 뜻한다.
후안의 부재, 마약에 찌든 엄마, 괴롭히는 또래 학우들 이보다 더 괴로운 일이 있을까? 후안은 이러한 처지를 낙담하며 밤바다에서 홀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그때 동갑내기 학우 케빈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사이론이 처음으로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 앞이라서였을까? 다른 때의 샤이론과는 다른 모습으로 케빈을 대하게 된다.
인물과 인물 사이에 항상 바닥을 보던 샤이론은 케빈이 권한 마약도 마다하지 않고 얼굴을 마주하고 누군가를 대하며 샤이론의 근간을 뒤흔드는 장면이 나오게 된다.
바로 동성애(Homosexuality)이다.
흑인과 성소수자, 이 사회에서 가장 천대 혹은 홀대받는 특이성을 샤이론에게 투영시킨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장면이다.
샤이론은 분명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던 게 맞다.
하지만 쉽사리 닫힌 것도 맞다
바로 이 사건 때문이다.
학교에서 늘 따돌림을 받던 샤이론은 일진 양아치 친구들의 압박에 케빈은 강제로 샤이론을 폭행하게 되고
그 이후 샤이론은 마음을 닫고 학교를 떠나게 되며, 샤이론으로써의 장면을 끝마친다.
물에 얼굴을 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 모두 같은 인물이다.
위와 같은 행위는 그에게 있어 '새로운 시작'이자 동시에 몰두, 몰입이라고 볼 수 있다.
블랙이라는 3막이 시작되는 장면은 얼음물에 얼굴을 담는 장면을 매개체로 이어진다
3막에서의 블랙의 모습은 마치 1막에서 봤던 후안의 모습과 흡사하다.
반항적인 얼굴과 큰 체구, 다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 강인한 외모
2막의 샤이론의 모습에서 케빈에게 상처받고 떠나온 뒤 블랙으로 변모하며 그 롤 모델을 후안으로 삼은 듯 보인다. 후안의 모습뿐만 아니라 직업 또한 그의 직업을 물려받았다
바로 마약거래상이다.
위의 장면은 기존 샤이론이나 리틀로 불렸을 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마치 새로운 사람처럼 표정을 짓고 행동하는 모습이다. 누군가를 뚫어질 듯 쳐다보지도, 얼굴을 바라보고 얘기하지도 못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마치 후안의 젊은 시절이 그러했듯 그 또한 그런 표정, 그런 말투로 이야기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블랙은 케빈에게 전화를 받게 되고,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샤이론의 모습으로 회귀하듯, 그때의 말투, 행동이 나타나게 된다.
적어도 블랙에게 있어서 케빈은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매개체임이 분명한 듯 보였다.
전화를 받고 잠이 든 블랙은 잠이 깰 때 마치 청소년기의 몽정처럼 바지 아래 춤이 젖어있는 장면이 나타나게 되고
이 장면이 시사해주는 바는 블랙에게 케빈은 동성애의 대상임이 분명했다는 것이다.
마치 그리움을 품고 있던 연인이 마주하듯, 서로를 바라본다.
세월이 흘러 모습은 변했지만, 그 감정은 온전히 남아있기를 바라며 블랙은 케빈을 만나게 되고 예상과 다르게 결혼하고 아이까지 기르고 있는 케빈의 모습을 보며 실망하기도 하지만 케빈은 단순히 블랙에게 그런 의미 정도가 아니었나 보다.
케빈은 여전히 블랙에게 남다른 의미였기에 투박한 외모와 강인한 체구는 사라지고 유약한 샤이론의 모습이 투영된다.
놓치기 쉬운 장면 하나를 소개하며 영화평을 끝내고자 한다.
블랙이 케빈을 만나러 갈 때 자신의 자동차를 끌고 가는데 그때의 차 내부 장식과 어렸을 적 후안의 차 속 그것과 동일한 것으로 보아 후안을 잊지 못함은 물론, 블랙의 유년기 시절, 즉 리틀 시절에 그에게 있어 후안은 롤모델로 남아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