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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되돌아보기를 통한 지적 회고 전략

by 인사이트뱅크

책을 다 읽은 후 서가에 가지런히 꽂아두는 것으로 독서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따금 본다. 마치 책을 한 번 읽으면 끝나는 일회용 콘텐츠처럼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독서경영이 지향하는 독서 활동에는 읽은 내용을 수시로 자신의 생각과 연결하고 반복적으로 되새기는 ‘회고의 시간’이 분명히 포함되어 있다.

몇 년 전, 다락방의 짐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대학과 대학원 시절 동안 써 둔 서평들을 출력해 바인더에 정리해 둔 것을 발견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읽은 책은 물론, 전공이나 교양 수업의 과제로 제출했던 리포트,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문화면이나 학술면에 실었던 글들까지 정성껏 모아 놓은 나만의 서평집이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어보니,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내용은 나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그 시절의 독서 폭이 지금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넓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꼈다.

20대의 열정과 치열함이 글 곳곳에서 전율처럼 되살아났다.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나는 어떤 책의 서평은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나?’ 하는 기특함과 함께 여전히 공감이 되었고, 반대로 어떤 글은 다소 유치하거나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그 ‘어색함’이야말로 내가 그동안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알려주는 지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는 단지 책과의 만남이 아니라, 그 책을 읽었던 ‘내 자신’과의 대화이며 기록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지나간 생각의 궤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기에, 나는 나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 시간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전략에서 진정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핵심은 단순히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그 기록을 되돌아보는 것’에 있다. 시간이 흐른 뒤 과거의 독서 기록을 다시 펼쳐보는 행위는, 마치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대화를 나누는 감동적인 장면과도 같다. 독서 노트와 책에 남긴 밑줄과 메모, 전자책의 하이라이트, 혹은 메모 앱에 적어 둔 짧은 코멘트까지 그 어떤 형태의 기록일지라도 다시 들여다보는 순간, 현재의 나에게 전혀 새로운 의미를 불러일으키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과거의 경험을 의식적으로 되짚어 보며, 현재와 미래의 더 나은 선택으로 연결시키는 사고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학습과 기억의 영역에서는 반복 회고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에 따르면 사람은 학습 후 24시간이 지나면 절반 이상의 내용을 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일정한 주기로 복습하거나 과거의 기록을 되돌아볼 경우 망각을 억제하고, 지식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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