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정 Feb 26. 2019

나는 왜 쉬는게 힘들까?

어느 날인가부터 금요일이 되면 들썩거리던 마음이 잠잠해졌다. 불금이네, TGIF네 하며 뭔가 쌈박하게 놀아줘야 될 것 같은 마음이 사라진 것이다. 하긴 이 나이에 금요일을 불태우다간 주말 내내 골골거리며 시체놀이해야 할게 뻔하니 어쩜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불금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진데 있는 게 아니라 금요일 이후의 주말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어떤 방식으로 쉬어도 죄책감이 동반된다'는 것. 죄책감이란 단어가 맞을까라는 생각에 이런저런 단어를 찾아보지만 자괴감이란 단어 정도가 비슷할까 마땅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는 나의 모습이 불안하고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 마음. 무언가 해야 할 것을 안 하고 있는 마음이 주말 내내 나를 괴롭힌다.


그런 마음은 영화 <신과 함께>를 보면서 더욱 강해졌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신과 함께>는  화재 진압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한 소방관의 이야기다.

저승 법에 의하면, 모든 인간은 사후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거쳐야 하는데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무사히 통과한 망자만이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영화는 7개의 지옥 입구에서 각각의 지옥에 대한 묘사를 하는데, '나태 지옥'이 등장하는 순간 나는 거대한 두려움에 빠졌다. 생전에 게으르게 살았던 사람들을 심판하는 곳, 그곳에서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끊임없이 굴러오는 돌덩어리를 피해 영원히 달려야 하는 천벌을 받게 된다.


'그래! 내가 갈 지옥이 저기일지도 몰라...'


영화 <신과 함께>의 나태 지옥 장면. 개미같이 보이는 것이 사람들



뒤에서 굴러오는 돌 덩어리를 피해 이미 죽었는데 죽지 않으려고 죽을 만큼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다. 지금 열심히 살지 않으면 영원히 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여태껏 한 번도 쉬지 않고 일을 해 온 내가 왜 휴식을 그렇게 죄스럽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누군가는 '일중독'증세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생에 대한 조급증'이라고 말한다. 둘 다 맞는 말인듯한데, 조금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나는 왜 쉬는 게 힘들까? 오늘 밤의 새로운 화두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박한 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