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유럽, 예술가들의 친구
2015년 8월 대한민국의 극장가에서 1200만의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베테랑'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정웅인 등 대한민국이 내놓으라 할만한 배우들 사이에서 대사 단 한마디로 그들을 찜 쪄먹은 이가 있었으니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
2015년 가장 강렬한 씬 스틸러에 등극한 마동석이다.
21세기에 대중의 시각적 유희를 제공하는 매체가 영화라면 19세기 대중에게는 그림이 그 역할을 했을 것이다.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까지 유럽의 그림 속에도 마동석급 씬 스틸러가 있었으니 아래 그림 4점 속에 등장한 씬 스틸러를 찾아보시라.
어라? 마동석급 씬 스틸러라 하더니, 두 번째 그림 속 여인의 옆에 앉은 아저씨가 조금 비슷할까 나머지 그림엔 주인공의 존재를 위협할만한 사람은 없어 보인다. 이상하다.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나?
그렇다. 오늘 우리가 만날 씬 스틸러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아닌데도 '초록 요정'이라 불리는 것. 바로 그림 속 인물들의 앞에 놓인 술 '압생트'다.
위의 그림 4점의 원제는 모두 'the absinthe drinker'로 첫 번째 작품은(상-좌) 마네의 1859년 작, 두 번째 작품은(상-우) 드가의 1876년작, 세 번째 작품은(하-좌) 로트렉의 1886년작, 네 번째 작품은(하-우) 피카소의 1901년작이다.
19세기 후반은 우리에게 인상주의로 알려진 화가들이 활동하던 시기였고, 같은 시기 미술 평론가로 데뷔해 문예비평, 시, 소설 등을 발표하며 '악의 꽃'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보들레르는 그의 산문시 '파리의 우울'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취하라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전부다
그것이 유일한 문제다
그대의 어깨를 짓누르고
땅으로 몸을 구부러뜨리는
시간의 무서운 중압을 느끼지 않기 위해
그대는 쉼 없이 취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에 취하든 당신의 마음대로다
술이든, 시이든, 또는 덕이든
다만 취하라
고흐, 고갱, 드가, 마네, 랭보, 르누아르, 피카소, 헤밍웨이까지 걸출한 예술가들의 곁에는 초록색 술이 있었다.
초록 요정이라 불리는 압생트(Absinthe), 그들의 예술적 영감을 불러오는 뮤즈였기에 요정이라 불렸지만 더불어 '에메랄드 지옥'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 압생트는 그에 의지한 많은 예술가들을 비극적 인생으로 끌어들이는 팜므파탈 같은 존재였다.
압생트는 쑥을 원료로 한 매우 쓴 맛의 술로 압생트라는 이름은 원료로 사용하는 쓴쑥(Artemisia Absinthuem)에서 유래했다.
압생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세 가지 특징이 있으니
"쓰다!"
"싸다!"
"쎄다!" (맞춤법상 틀렸지만 라임을 맞추기 위해, '세다'가 맞다)
이 세 가지 특징만으로도 끊임없는 예술적 영감을 얻고자 했던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가장 유효한 술이었을 압생트는 마시는 방법 또한 예술가들의 '있어빌리티'를 자극하기에 충분했으니, 보들레르와 친구였던 시인 랭보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토털 이클립스'에 압생트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