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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Mar 24. 2019

그건 그냥 인격이 구린거야!

구린 사람들 전성 시대

금쪽같은 휴일이지만 큰 맘먹고 밀린 일을 하려고 커피숍을 찾은 후배. 옆 자리에 앉은 70대의 할아버지 한 분이 이어폰도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다 들릴만한 큰 소리로 동영상을 감상하고 있었단다. 주위 사람은 아랑곳없는듯한 태도에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어느 누구도 그 할아버지를 제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잠시 후 친구로 보이는 다른 어르신이 들어오니 이번엔 커피숍의 모든 사람들에게 들릴 정도의 큰 소리로 대화를 하기 시작. 후배는 슬그머니 짐을 싸서 공부하는 학생 앞자리로 자리를 옮기며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렸다.


"카페에 이어폰도 꽂지 않고 동영상을 보다가 친구가 오자 크게 떠드는 저 할아버지가 꼰대인가 아니면 그를 피해 공부하는 학생 앞으로 자리를 옮긴 내가 꼰대인가? 




일요일이지만 다음 주의 일정이 빠듯하여 미리 일을 해 놓을 요량으로 동네 커피숍을 찾은 나, 가장 안쪽의 2인용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 전원을 연결하려는데, 홀 가운데 앉아 계시던 70대 할머니 세 분이 내 옆자리로 옮겨오신다. 등받이가 높지 않은 홀 중앙의 의자보다 벽에 기대어 앉을 수 있는 끝쪽 자리가 편해 보인다며 커피잔과 손수 싸가지고 온 삶은 옥수수가 놓인 쟁반을 들고 와선 만족스럽게 자리를 잡는다. 

친구들 이야기며, 몸에 좋은 약 이야기, 바깥을 지나치는 사람들과 그저께 먹은 반찬 이야기 까지, 조곤 조곤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세 분, 어느 한순간도 '오디오가 비는'시간이 없었다.


두 시간 남짓, 유튜브에서 재생되던 음악을 아무리 변경해보아도 할머니들의 소리를 눌러버릴 만한 재생 리스트가 없어서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하던 찰나 자리를 정리하는 할머니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자리를 빠져나가는 할머니가 내게 한 말 


"아유~ 조용히 일하는 양반 옆에서 너무 방해가 되어서 어떻게 하지? 미안해요"


올라오던 짜증이 후다닥 달아나고, 나는 어느새 할머니의 소매 부분을 쓰다듬으며 


"어머, 아니에요. 하나도 안 시끄러웠어요. 호호"


이 상황을 보고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


내가 이렇게 친절한 사람이 아닌데, 나를 이렇게 상냥하게 만든 건 뭐지?




앞서 이야기한 후배의 상황을 보는 나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나 곰곰이 생각하다가 오늘 내가 커피숍에서 겪은 일을 토대로 정리를 해보았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꼰대인가 아닌가의 여부는 나이가 아닌 바로 '인격'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 


인격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으로서의 품격'이다. 품격을 다시 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로 기술되어 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가치를 갖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정신적 자격이 인격이며 자신 이외의 존재가 자신과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인격의 기본 조건일 것이다. 


주변 사람들을 조금도 의식하지 않았던 그 할아버지들의 인격은 구렸고, 옆 자리 사람에게 방해가 될 수 있었음을 알고 미안함을 표현한 할머니들의 인격은 품위 있었다. 우리의 반응 차이는 여기에서 기인한것이다. 



사람이 모여있는 커피숍 같은 공간에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의식하는 것. 침해하지 말아야 할 타인의 기본적인 권리들이 무엇인지 아는 것, 그리고 나아가 알고 있음에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이 품위 있는 인격을 갖기 위한 첫 번째 단계일 것이다. 


그러니 커피숍에서 이어폰 없이 큰 소리로 동영상을 보는 것, 주변 사람들이 신경 쓰일 만큼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은 한마디로 '인격이 구린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이 들수록 나는 구린 사람인가 아닌가 고민해봐야겠다. 


아! 나이가 문제는 아닐 거다. 요즘 언론을 도배하는 구린 사람들을 보니 3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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