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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Mar 25. 2019

그 아름다움을 기꺼이 찬미하다.

나도 모르게 설레어서

4월이 되면 전국이 들썩인다. 철없는 아가씨를 향한 사랑고백으로 


1년 동안 모아놓은 그녀를 향한 그리움은 사람들을 광양, 전주, 군산, 진해, 사천, 부산, 남산 그리고 여의도까지 기꺼이 움직이게 만든다. 


명절에 부모님을 보러 가는 인파의 수에 비할까? 그녀를 보고 오지 않으면 한 해의 시작이 무의미하기라도 하듯 우리는 그녀를 향해 환호와 찬탄을 아끼지 않으며 4계절의 첫 번째 계절, 봄을 시작한다.


그녀. 이름도 이쁜 Cherry blossoms! 벚꽃 


춥고 메마른 겨울을 잘 이겨낸 인간들을 칭찬하는 걸까?  동장군이 지나간 길 위에 하늘하늘한 봄바람을 타고 와 제 몸 가득히 흰꽃을 피워 올리는 그녀는 버거운 우리네 인생사의 치어리더다. 겨우내 마음 둘 곳 없었던 세상에 '이젠 봄이니 어깨 좀 펴요~' 하며 상냥한 목소리로 손짓하는 그녀를 거부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녀가 데려온 봄은  죽음에서의 부활이요, 열정의 시작이요, 세상을 향한 도전의 출사표다. 


아무도 꽃을 피우지 않는 이른 봄, 추위를 이겨내고 꽃 먼저 피우는 그녀의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다. 겨울에 피는 꽃이 없지는 않지만, 겨우내 굶주렸을 나비, 벌들에겐 풍요로운 생명의 터전이 되어주고 자신 또한 그들의 도움으로 가장 먼저 열매를 맺을 수 있으니. 번식이 최후의 목적인 그들로선 가장 빨리 성공한 케이스가 되는 것이다.  


지난겨울,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대사량을 최소로 줄인 후 마치 스님들이 동안거에 들어가듯 숨쉬기도 조심하며 살았던 나무들, 그 겨울 내내 준비해놓은 영양소로 있는 힘껏 새순을 만들고 잎사귀를 키우고, 그 잎을 통해 자신의 영양소를 만들어 번식을 준비하는 다른 나무들과 달리, 일단 꽃 먼저 피우는 돌직구를 날린다. 


"꽃은 참 예쁘다. 들꽃도 예쁘다. 이 꽃 저 꽃 저 꽃 이 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라는 동요처럼 꽃은 다 예쁘다.  

그런데 벚꽃은 '더' 예쁘다. 목련꽃처럼 멋없이 크지도 않고, 개나리처럼 단순하지 않고, 진달래처럼 소박하지 않고, 산수유처럼 내성적이지도 않다. 


5개의 꽃잎은 마치 여인네의 모시 속적삼처럼 하늘하늘하고, 5개의 꽃잎이 맞닿아있는 중앙엔  불그스름한 별 모양의 꽃받침이 베어 나와 무수한 별들이 모인 은하수 같기도 하다. 큰 가지에서 작은 가지가 뻗어 나오는 부분의 각도는 전나무처럼 둔각도 아니고 은행나무처럼 예각도 아니다. 둔각과 예각의 사이 적절한 각도를 유지하며 드라마틱한 실루엣을 만든다. 


수피는 검은색에 가깝지만 가까이서 보면 묘한 광택이 있어 벨벳을 두르고 있는 듯하고 가지가 무거울 만큼 만개한 꽃들은 수줍은 아가씨처럼 살짝 고개를 떨구고 있다. 밀당의 천재!


철없는 아가씨, 벚꽃, 그녀는 어찌 되었건 자신이 선택한 전략으로 성공적으로 사는 인생(?)으로 보인다. 자신의 생존을 위한 기반인 곤충류를 넘어 영장류까지 유혹하는 걸 보면 명실공히 자연계의 슈퍼"갑"인듯하다.


그 아름다움을 기꺼이 찬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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