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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Mar 26. 2019

고등어보다 갈치가 좋은 이유

아들의 철학

"엄마! 내가 고등어보다 갈치를 좋아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


"고등어보다 덜 비려서?"


"아니! 갈치는 가시가 항상 정확한 자리에 있기 때문이야. 항상 그 자리"


고등어자반을 구워서 저녁을 먹었던 어느 날이었을 거다. 유난히 잔 가시가 많은 고등어구이와 사투를 벌이고 있던 아들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사춘기를 막 지나고 있던 아들 녀석의 말에 풋 하고 웃으며 고등어의 살을 발라 아들의 밥숟가락 위에 얹어 주었다. 



우리의 인생도 갈치의 가시처럼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생길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에이 그러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다.


사실 우리의 인생은 갈치보다는 청어에 가깝지 않은가.

굵은 가시와 많은 잔가시들. 아무리 청어를 많이 먹어본다 한들 청어의 가시를 잘 발라내는 방법을 익히기란 쉽지 않다. 


또한 아무리 가시를 잘 발라낸다 해도 반드시 몇 개는 입속에 들어간다. 그럴 때면 우리는 씹는 걸 멈추고 살살 가시를 골라내야 한다. 그 지난한 과정을 거쳐 먹게 되는 청어는 얼마나 부드럽고 맛이 있던가. 


우리의 인생에도 예상치 못한 가시 같은 상황을 만나게 되면 가던 길을 멈추고 내 마음을 살살 달래며 그 상황을 이겨내야 한다. 그 과정을 겪어낸 사람만이 인생의 참맛을 알게 되는 것 아닐까?



그렇지만 나는 아직 청어의 맛도, 인생의 맛도 모르겠다. 아직도 더 많이 가시를 발라내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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