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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Apr 02. 2019

고마워요, 착한 나무꾼

<데이비드 호크니>와 <김선우의 사물들 中>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이 한국에 왔다. 평일의 이른 아침을 골라 시립미술관에 다녀왔다. 




그의 에칭 작품 중 <Mo with five leaves>를 보며 문득 김선우의 <사물들> 속 의자가 생각났다.

호크니는 왜 '모'의 의자 밑에 5개의 잎사귀를 놓았을까? 김선우의 표현에 의하면 의자는 우리의 몽상을 돕는다고 했는데, 호크니의 '모' 또한 무언가 나른하게 골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의자가 우리의 몽상을 돕는 것은 바닥과 의자 사이의 공간 때문이다. 
이 떠있는 공간―벌어져있는 공간은 흔히 네 개의 다리로 연결된다. 
우리가 의자에 앉아있을 때, 
의자의 받침면과 다리가 만드는 ‘벌어져있는 공간’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곳으로 바람이 들어오고 나뭇잎 몇 장이 쓸려오고 
고양이가 걸어가고 길 잃은 풍뎅이 한 쌍이 
의자 밑 그늘 속에서 사랑을 나눈다 해도, 
매번 등을 구부려 의자 밑을 확인해보지 않은 한
그곳은 비밀스러운 파동을 유지한다. 
게다가 그 비밀스러운 통로는 
우리들의 엉덩이 바로 밑에 존재하는 것이다!
김선우의 <사물들>  中



화가와 작가를 비롯한 예술가들에게 우리는 많은 빚을 지고 사는 것 같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잠시 도피할 공간-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을 만들어 주는 그들은 마치 사냥꾼을 피해 도망친 사슴을 자신의 지게 뒤에 숨겨주는 착한 나무꾼 같다. 


서울의 한 복판에서 만난 호크니의 그림 속에서 나는 잠시 울컥했고, 위로받았으며 행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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