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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Apr 05. 2019

에이, 농담 말아요!

4월 5일이라뇨?


4월, 어떤 시인에게는 잔인한 달이고, 어떤 가수에게는 4월의 눈동자를 가진 소녀를 향해 노래하는 달이며,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이사분기가 시작되는 달이다.


나?


나에게 4월이란 농담 같은 달이다.

4월의 첫날이 만우절인 것은 그래서 매우 적절하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매번 올 한 해는 다른 어떤 해보다 열심히 살겠다 다짐하지만, 1월은 뭔지 모를 불안감으로 마음이 붕 뜬 채로 지나가고, 2월은 음력설이 끼어있음과 동시에 날짜 수도 다른 달보다 며칠 모자라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3월이 시작되면 입학이나 신학기가 시작되고 기업들도 비로소 탄력을 받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3개월을 보내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벌써 한 해의 사분의 일이 흘러가 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놀라지 말아요! 벌써 4월 이에요"


누군가 SNS에 이런 글이라도 올려놓으면


"에이! 농담이죠?"


라고 반응하며 그제야 허둥지둥 년 초에 세웠던 각종 계획과 다짐을 되짚어 보지만 늘 그렇듯 바로 자책 모드에 돌입하게 된다. 또 마침 그때 내가 우울 무드를 타고 있는 경우라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수준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성인이 되어 스스로 밥벌이를 하고, 투자한 시간만큼(꼭 그렇지만은 않지만) 돈을 버는 시스템 속에 살아가기 시작하면서 4월이 되면 늘 변함없이 "에이 농담이죠? 벌써 4월이라니"라고 반응하고 있는 걸 보며 한 가지 확실한 것 하나!  난 참 일관적인 사람이다.


인생은 가까이 서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한 채플린의 말을 빌어보면 어쩜 난 내 인생을 너무 멀리서 관조하고 있는 걸까? 오늘이 벌써 4월 하고도 5일이 지났는데 지금이 4월이란 말이 여전히 농담같이 들리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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