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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Apr 15. 2019

주연이 아닌 것들에 대한 애틋함

익숙한 거리를 낯설게 하는 꽃의 향기

아... 조팝나무네? 

어떻게 알았어? 지인의 물음에

"주연이 아닌 것들에 대한 애틋함 때문에"라고 말하고 나니

그 말이 곧 나를 말하는 것 같아

벚꽃이, 개나리가, 산수유가 지천일 때

아주 작은 향기로 수줍게 자신을 뽐내는 조팝나무가

달빛에 빛나 처연해 보이더라.

나처럼


울 엄마 말이

꽃은 피는 시기가 다르다.

봄에 피는 벚꽃과 겨울에 피는 동백의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인생의 시기도 젊음과 늙음이 우열로 나뉘지 않는다 했다.


너무 늦게 깨달은 이 삶의 이치가

어쩌면 빠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안도로 바뀌는 찰나

조팝나무는 달빛에 빛났고

그 순간 나는 반짝였다.


내가 나로서 사는 일이 그토록 어려웠던 것은

결국 나의 탓이었구나 라는 

작은 깨달음으로 

흐르는 청계천에 나를 놓아두고 왔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나의 발뒤꿈치엔

욕심 많은 그림자가 붙어있었다.


조팝나무, 너의 향기가 그렇게 좋은줄 몰랐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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