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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May 09. 2019

혼자가 편해

2019-05-09의 일기

며칠간의 강행군으로 인해 컨디션이 저조했지만, 계획된 강의와 처리해야 할 몇 건의 일이 무거운 나를 이끌었다. 과거에 비해 피로가 자주, 빨리 몰려오고 회복도 더디다.



호텔에서 진행된 오찬 강연이었기에 강사인 나에게도 식사가 제공되었지만, 바로 강의 진행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밥을 먹는 행위는 음식을 즐기기보다는 에너지 제공원을 획득하는 행위에 가까웠다.


오찬 강연을 마치고, 다음 주 진행되는 미술과 샹송의 컬래버레이션 '강연 feat 공연' 진행 장소에 답사를 갔다가 밀린 은행업무를 보았다.


인쇄소에 가서 다음 주 사용할 인쇄물을 픽업하는 일이 하나 남아 있었지만, 전철을 잘못 타는 바람에 내일로 미루고 다른 날 보다 일찍 일과를 마무리했다.


배가 출출해져 이른 저녁을 먹어야겠다 싶어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누군가를 불러 같이 저녁을 먹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에 선배의 플라워 스튜디오가 있고,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엔 조만간 얼굴을 보기로 한 지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친해진 후배, 내가 조금만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고등학교 친구가 떠올라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그 순간엔 혼자서 먹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혼자 밥 먹는 게 즐거워졌고(즐겁다는 표현보다는 즐기게 되었다는 표현이 맞을까?) 혼자서 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예전에 좋아했던 오르탕스 블루의 '사막'이란 시를 떠올리니 지금의 나는 참 많이 변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사막 <오르탕스 블루>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나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혼자라는 것이 외롭지 않고 편하고 좋으니 나는 점점 삭막한 인간이 되어가는 걸까?


이렇게 맛있는 단호박 수프와 파니니가 있으니 혼자라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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