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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May 11. 2019

포장된 성공은 평범한 인생을 망친다

앵그르의 <파포스의 비너스>를 보며

프랑스 신고전주의 화가 앵그르( Jean-Auguste Dominique Ingres,1780~1867)는 우리에게 <그랑드 오달리스크>나 <발팽송의 목욕하는 여인>등으로 잘 알려져있다. 


신고전주의의 대표적인 화가는 정해진 방식을 토대로 이상적이고 완벽한 아름다움을 통해 뚜렷한 목적성을 가진 그림을 그렸던 자크 루이 다비드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다. 


<나폴레옹 대관식>을 그린 자크 루이 다비드의 제자였던 앵그르는 프랑스 왕립 미술 아카데미의 최고 영예인 로마상을 21살에 거머쥐었다. 그의 스승이었던 다비드가 로마상을 받은것은 26살이었으니, 앵그르의 천재적인 재능은 그야말로 낭중지추였다. 


앵그르의 그림 속 여성들의 신체는 심하게 왜곡되어 있다. 아름다워 보이도록 일부러 그렇게 그린것이다. (좌: 그랑드 오달리스크 우:발생송의 목욕하는 여인)




그런데 오르세 미술관에 가면 재미있는 앵그르의 그림이 있다. 1852년에 그린 <파포스의 비너스>인데, 이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너스의 왼손과 큐피드가 미완성된 상태이다. 사실 초상화를 그릴 때 손의 위치를 잡는 일은 매우 까다로운 일이다. 모델이 편안하게 자세를 취하기 위해서는 손의 위치를 잘 잡아야 하고, 손의 위치에 의해서 모델의 성격과 감정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앵그르도 비너스의 팔을 어떻게 그릴까에 대한 고민을 한듯 하다. 처음엔 왼 손이 오른손을 바치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가 다시 오른쪽 허벅지위에 살짝 올려놓는 모습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이것도 미완성이니 결론적으론 어떤 포즈로 완성되었을지 우리도 알 수 없다. 그림의 다른 부분은 거의 완성된것에 반해 왼손과 큐피트의 모습만이 확연히 미완성인것으로 보아 앵그르는 계속 팔의 위치를 잡기 위해 고민했던것 같다. 


스물 한 살에 프랑스 왕립 미술학교의 어려운 승급과정을 모두 거치고 로마상을 차지했던 천재도 비너스의 팔을 어떻게 그려야할지 고민에 고민을 했다니...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연민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런 고민은 앵그르 뿐만이 아니다. 많은 명화들을 X-ray로 들여다보면 수없이 많은 수정의 흔적들이 보인다. 한 장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화가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고민과 실행과 수정을 반복한다. 


나는 앵그르의 미완성작 "파포스의 비너스"를 보는 순간 하상욱 시인의 말이 생각났다.       


"성공한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후에 포장되어 평범한 사람을 망친다."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노하우는 책과 매체, 강연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그러나 그들의 성공 노하우란 것은 성공이란 이름에 걸맞는 사건들을 골라내어 적절히 가공된 이론일 뿐이다. 그것만을 가져와 내 삶에 적용한다고 성공할 수 없다. 


천재적인 화가 또한 끊임 없이 고뇌하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난 뒤에야 역사적인 작품을 남길 수 있는데, 우리는 대부분 그들의 고뇌와 실패 좌절은 쳐다보지 않고 성공만을 칭송한다.


우리의 삶도 수 없이 많은 실패와 좌절, 그리고 가끔의 성공으로 이루어져있다. 그 성공의 토양분인 실패와 좌절을 겪지 않고서는 성공이 자랄 수 없음을 알아야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노하우의 아래 가려진 실패와 좌절을 이겨낸 그 힘을 배워야 한다. 사실 더 중요한것은 타인의 노하우가 아닌 나만의 노하우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수없이 그렸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는 화가들처럼 우리도 수없이 실행하고 실패하고 설사 미완성의 결과를 맞이하더라도 그것만이 내 것으로 의미가 있음을 알아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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