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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May 17. 2019

아들의 주민등록증을 받아왔다.

아들!


오늘 주민센터에 등본을 떼러 갔다가 몇 달 전 발급받은 너의 주민등록증을 찾아왔어.

너는 학교 다니느라, 엄마는 일하느라 미루고 미뤄둔 덕분에 벌써 3개월이 지나버렸네. 물론 그 사이 찾으러 갈 기회가 있었는데, 왠지 엄마는 자꾸만 미루고 싶었었나봐. 성인이 되려면 아직 1년이 남았지만 주민등록증이란 게 왠지 네가 성인이 되었음을 미리 앞당겨 확인시켜주는 것 같아서...


그렇지만 아무리 미루려 노력해봐도 이제 곧 너는 성인이 될 거고, 그럼 너는 어엿한 독립적 존재가 되는 거야. 

부모의 동의 없이도 법적 권리를 가지는 나이. 엄마는 그게 왠지 아쉽고 섭섭하구나. 


너를 안고 너와 눈을 마주치고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고 너의 재롱잔치를 보며 코끝이 찡해졌던 순간들.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중학교에 들어가고 여드름이 하나 둘 올라오는 얼굴에 약을 발라주며 키 쑥쑥 크라고 다리를 주물러 주었던 시간들.

어느 날 엄마보다 커져버린 아들이 엄마의 무거운 가방을 들어주고 엄마의 앞에서 길을 찾아가던 여행지의 시간들.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행복했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엄마의 마음은 어느새 부자가 되었단다. 행복한 기억 부자. 


아들! 


한국에서 고3으로 살아가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야. 엄마도 치열한 고3을 보냈고, 너의 다음 세대도 그럴지 몰라. 그런데 아들! 한 가지 나쁜 소식은 고3이 지나도 삶은 계속 어렵다는 사실이야. 

엄마의 아들로 살아갈 땐 말이야 학교에 가기 싫거나 학원에 빠지고 싶을 땐 엄마가 대신 전화를 해서 살짝 거짓말을 해 주잖아. 감기 기운이 있다던가, 할머니 집에 행사가 있다던가... 그런데 네가 성인이 된 후엔 엄마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어. 아니해 줄 수 있지만 그럴 땐 비난받게 돼. 다시 말해 성인이 되면 그전까지는 네 것이 아니었던 책임이란 것이 너를 따라다니게 되는 거야.


엄마가 생각하기에 '성인이란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인 것 같아. 자기의 책임이 뭔지 아는 사람, 자기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지 않는 사람. 


책임이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조금 달라지겠지? 아직까지는 아들이 맡은 역할 이래 봤자 아들, 손자, 학생, 친구의 역할 정도였을 거야. 그런데 성인이 되면 맡게 되는 역할이 더 많아져. 대학에 들어가면 동아리 활동도 하게 될 거고, 개인적인 모임도 몇 개 생길 거고, 누군가의 남자 친구가 되기도 할 거야. 직장에 들어가면 또 더 많은 역할을 맡게 될 거고 시간이 지나면 남편의 역할이나 아빠의 역할을 맡게 되기도 하겠지. 


매 순간 각각의 역할이 가져야 할 책임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살아야 해. 책임이라고 말하니 왠지 무거운 짐 같이 느껴 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야. 내년이면 대학생이 될 텐데, 대학생의 책임은 뭘까?(물론 대학생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하하) 앞으로 펼쳐질 긴 미래를 잘 살아나가기 위한 정서적, 지적, 육체적 자양분을 쌓는 것이 대학생의 책임이야. 많은 걸 보고 배우고, 생각하고 도전하는 것. 가끔은 실패하고 그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이 이제 막 성인이 된 시점의 대학생이 가져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해. 


아들, 오늘은 여기까지만 쓸게... 내일 또 이야기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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