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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Apr 12. 2020

일요일, 한주의 끝인가? 시작인가?

1일 1글 시즌 4 [episode 14]

일요일은 한 주의 끝인가? 아니면 시작인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새해 첫 날이면 새로 구입한 짱짱한 다이어리를 펼쳐놓고 1년 치 대소사를 쭈욱 적는 의식을 행하곤 했었다. 제일 먼저 나의 생일, 그리고 가족들의 생일, 조상들의 제사, 특별히 잊지 말아야 할 기념일 등등.


그런데 새로 산 다이어리마다 일요일이 한 주의 맨 앞에 놓인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한 주의 맨 뒤에 오는 경우가 있었다. 아무렴 어떠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일요일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순하게 다이어리에 일요일의 칸이 왼쪽에 있느냐 오른쪽에 있느냐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스마트폰 사진 갤러리를 뒤지다 보니 후배와 함께 마신 맥주 사진이 있다. "취하니까 얼마나 좋아요!"라는 컵 코스트의 문구가 인상적이어 사진을 찍어 놓았었다. 마치 취한 사람의 눈에 보이듯 뱅글뱅글 흔들리는 글씨가 왠지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었다. 이게 언제였지? 날짜를 보니 오래전 일요일, 시끌벅쩍한 대학로 어느 Pub 이었었지.


만약 일요일이 한 주의 끝날이라면 취하는 일은 나쁘지 않다. 월요알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한 주의 마무리로 적절했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합리화 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일요일이 한 주의 시작이라고 본다면 다음날 달콤한 아침잠의 유혹을 뿌리치며 거북한 위장과 벌이 윙윙 거리는 머리를 가지고 삶의 터전 속으로 들어가 '젠장 한 주의 시작부터 술이라니... '라며 자괴감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렇치만 우리는 모두 토요일, 일요일을 "주말"이라는 단어로 그 의미를 공유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그 몇몇의 다이어리와 달력은 일요일을 왜 한 주의 첫날에 배치해 놓았을까?예전에 얼핏 읽은 내용이 있었는데 기억이 안나네. 좀 찾아봐야겠다.


아무튼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나는 일요일은 한 주의 끝이라는 데 한 표를 던지는 것 같다. 이런 일에 한 표를 던지는 일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뭔 상관이 있는 일인가만은, 당장 며칠 앞으로 다가온 선거일에는 어떻게 표를 던져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내 한 표로 세상이 달라질까 생각하다가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나의 권리, 이것을 최대한 매섭게 던져볼 생각이다.


굿 나이트! 스위트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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