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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Apr 14. 2020

서른 살의 임영웅에게 쉰 살의 내가 한 수 배웠습니다.

1일 1글 시즌 4 [episode 16]

오랜만에 라운딩을 하는 김부장. 거래처 최사장과 최사장의 지인 박대표. 김부장의 잠재 고객인 박대표를 연결해준 최사장은 오늘의 라운딩을 통해 박대표에게 좋은 인상을 주라고 당부했다.


오늘을 위해 지난 몇 주간 퇴근 후 내골프장에 출근하며 만반의 준비를 한 김부장의 계획은 초반에 텐션을 높여 내공을 보야주고 후반부에 가서 적당히 실수도 해가며 박대표에게 한 두 타 정도로 져주는 것.


첫번째 티샷! 박부장은 짐짓 태연한 척 티를 꼽고 볼을 올린다. 한 두 번 빈 스윙을 한 후 정신을 모으고 있는데, 카트에 앉아있던 박대표의 작은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들려온다.

"살살 하세요~"


갑자기 승부욕이 발동되는 김부장. 10여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보여줄때다라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풀스윙!


"딱!!!"


둔탁하고 불편한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볼~


에라이!!! 망했다.


흔히 골프는 힘빼는 데 3년, 힘 주는데 3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 말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남들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의식하는데서 벗어나 오로지 필요한 행위에 집중할 수 있는 멘탈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이는 일찌기 공자가 말했듯 아는사람이 노력하는 사람만 못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하는 것과 일맥상통 하는듯 하다. 모든 스포츠가 결국은 멘탈 게임이고, 나아가 이세상 모든 일들이 멘탈게임이다. 그 많은 멘탈게임 중 가장 어려운 상대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자신이고.


김부장이 아무리 스윙을 연습한다한들 자신의 멘탈을 다스리지 않으면 골프와 같이 개인 컨디션에 따라 변수가 많은 게임에선 그 주도권을 가질 수가 없다.


우리의 인생이 아이러니한 것은 중요한 일일 수록 그것을 부여잡지 않고 조금은 떨어져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제대로된 답이 보인다는 것이다.


얼마전 브런치에 포스팅한 글 중 "고마워요, 임영웅"은  몇 일 간 꾸준하게 높은 조회수를 유지하고 있다. 특이한점은 대부분이 '임영웅'을 검색어로 치고 내 브런치로 들어온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임영웅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진데, 많은 사람들이 임영웅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서른 살의 임영웅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듯, 힘을 주고 빼는 방법을 아는 사람, 아는것을 넘어 노력하는 것을 넘어 이미 즐기고 있는 사람이라는데 있다.


상금 1억원이 걸린 서바이벌 오디션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이 화려하고 기상천외한 퍼포먼스를 준비할 때 그는 오로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노래만으로 태연하고 담담하게 자신을 선보였다. 화려하지 않고 눈요기 없는 무대이지만 그래서 오로지 그의 목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무대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다. 그는 매 순간을 힘빼고 스스로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그런 모습은 나에게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맨 처음 이야기한 김부장의 이야기는 결국 나의 이야기와 같다.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정말 잘 하는 사람이다라는것을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애써 노력하는 내 모습이 애틋할수록 임영웅의 모습은 내게 귀감으로 다가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기본기를 쌓고, 마음을 다해 매 순간을 즐기자. 그것밖에 방법이 없는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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