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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Apr 18. 2020

오로라 보러 가지 않을래?

1일 1 글 시즌4 [episode 20]

9개월 전 친구 넷이서 일종의 '계'를 만들었다. 이름하여 '오로라 보러 가자'.

사내아이 한 명에 계집애 세 명이 예슨 살 되는 해에 러시아를 거쳐 핀란드로 오로라를 보러 가자는데 의기투합했다. 카카오 뱅크 모임 통장도 만들고, 가끔 만나 여행을 하고, 조금 더 자주 만나 술을 마신다. 


강릉, 인천, 분당, 서울로 사는 곳이 다르고 직업도 각양각색, 기호와 라이프스타일도 제각각이지만 우리의 공통점은 같은 해 태어났다는 것. 그리고 30년간 쭈욱 친구로 지내오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새 우리의 아이들이 자라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의 나이가 되었다. 이제 막 성인이 되기 시작한 아이들을 보면 여전히 어리고 애틋한 마음이 들지만, 딱 지금 우리 아이들만 한 나이였던 그 당시의 우리들은 이 세상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자신감과 두려울 것 하나 없는 배짱으로 하루하루를 소비하며 보냈었다. 


결혼을 하고, 직장을 따라 사는 곳이 멀어지고, 육아로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고... 그렇게 30여 년이 지나 작년에 다시 뭉치게 된 우리는 조금 더 여유로워지고 조금 더 너그러워졌다. 


소주 한 병, 안주 하나를 고를 때도 가격과 가성비를 따져야 했던 어린 우리는 어느새 가격을 보지 않고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시켜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내 말이 맞네, 그건 틀렸네 하며 자신을 드러내기 바빴던 어린 우리는 어느새 어떤 말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고 기다려주며 네가 맞다고 수긍할 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 


개인의 작은 아픔이나 소소한 행복에 우리는 같이 아파하고 같이 기뻐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말과 행동으로 서로를 위하고 위로한다. 친구들은 어쩜 내 젊은 날의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 함께 해 온 시간만큼 함께 할 시간이 남아있는 우리에게 '오로라'는 찬란한 파랑새이다.


여행이 끝나고 나서야 파랑새는 자신들 곁에 있었다는 것을 알았던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파랑새의 존재를 알고 난 이후에 여행을 떠났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목적 때문에 매 순간의 환희를 놓쳤던 이전의 여행을 아쉬워하며 현재를 온전하게 느끼고 즐기려 노력하지 않았을까?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행복은 어떤 모습인지를 이미 알아버린 지천명의 우리가 나이 60에 만나는 오로라는 순간의 환희이자 온전한 행복의 상징이 될 것이다. 


순간은 영원이며 부분은 전체임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 줄 오로라와의 조우를 기다리며 지금을 살아낸다. 

친구들아!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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