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정 Apr 21. 2020

아버지! 그게 뭐가 어렵다고!

1일 1글 시즌4 [episode 23]

올해 여든 살 되신 아버지와 일흔여덟 살 되신 엄마는 경기도 파주에 살고 계신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파주에서는 10만 원의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더불어 경기도에서는 지급하는 10만 원을 포함하면 1인당 20만 원의 재난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다. 이 소식을 전해드리자 아버지는 허허 웃으시며 '많이 주네~'하며 좋아하셨다.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는 거냐고 물으셔서 인터넷으로 신청하거나 직접 가서 받을 수 있는데, 자세한 사항은 검색을 해보고 전화로 다시 알려드리겠다고 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재난 기본소득 받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엄마와 아버지는 다음 주 월요일에 현장에 직접 찾아가 접수를 하시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장 접수는 세대원의 수에 따라 신청기간이 달랐고 그 기간 중에서도 공적 마스크를 구입할 때와같이 생년 끝번에 따라 접수 가능한 요일이 달랐다. 엄마 아빠가 접수할 수 있는 날짜를 확인해 알려드렸다. 


날짜를 정하고 나니 재난기본소득을 어떤 형태로 받을것인지에 대해 결정해야 했다. 지역화폐와 신용카드 차감 청구 중 하나를 골라야했는데 두 분은 지역화폐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셨고 신용카드 차감 청구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려워하셨다. 아무래도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신용카드를 선택하는 것이 사용에 있어 편리할 것 같아 추천해드렸다. 


지원금 수령 확인증과 개인정보수집 제공 동의서가 필요하다고 되어 있어 출력해서 작성해가시라고 이메일로 보내드렸다. 다음 날 아버지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더 편하냐고 물으셨다. 당연히 더 편하다고 말했고 그럼 온라인으로 접수를 해달라고 하셨다. 전화 확인이 필요할 것 같으니 전화기를 들고 계시라고 말씀드렸다. 


경기도 재난 기본소득 홈페이지에 접속을 했다. 기본적인 내용과 카드번호를 입력하자 본인 확인이 필요하다는 메시지 창이 떴다. 아버지 휴대폰 번호로 ARS 확인 전화가 가면 카드 비밀번호 앞 두 자리를 눌러야 확인이 된다.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곧 전화가 갈 테니 비밀번호 앞 두 자리를 입력하시라고 말씀드렸다. 내 컴퓨터에서 아버지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ARS 인증이 되기를 기다렸다. 내 컴퓨터에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으므로 전화를 끊고 나면 나에게 카톡으로 알려달라 했다. 2분이 지나도록 아버지의 카톡이 오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인증 확인을 누르니 실패 메시지가 떴다.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자 난감해하시면서 전화를 받았는데 비밀번호를 누르는 키패드가 없어서 입력을 못하셨다는 것이다. 통화모드에서 다이얼을 누르려면 키패드로 화면을 전환해야 하는데 그 방법을 모르신 거다. 


'하~'  한숨이 나왔지만 차분하게 말씀드렸다. 키패드를 찾고 그것을 눌러야 버튼이 나오니 비밀번호 앞 두 자리를 누르면 된다고, 다시 입력할 테니 전화받으시고 비밀번호 잘 누르시라고, 마치면 카톡 잊지 마시라고~


다시 과정을 반복했고 본인 확인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신청자 정보가 없다는 실패 메시지가 떴다. 왜지? 카드번호도 확인했고 본인 확인도 했는데... 인터넷 검색 찬스! 의외로 나와 같은 현상을 겪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유는 접속자가 많아서 에러가 난다는 것. 해법은 신청 접수가 성공할 때까지 반복해서 하라는 것. 


방법을 바꿔야 했다. 아버지와 나의 공조로 신청을 하는 일은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서, 스마트폰에서 신청하는 방법을 가르쳐드렸다. 엄마의 핸드폰을 동원해 통화를 하며 아버지 핸드폰으론 접수를 할 수 있도록 설명을 드렸다. 첫 번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아버지에게 동일한 방법으로 접수가 성공할 때까지 반복해서 해 보시라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난감해하시며 복잡하다고 하셨다. 뭐가 복잡하냐며, 똑같은 과정 반복하는 게 뭐가 어렵냐고... 내 목소리가 높아졌다.


잠시 정적이 흐른 후 아버지가 말씀하신다. 


"그냥 직접 가서 신청해야겠다...."




아버지는 컴퓨터도 잘 사용하시고 이메일이며 카톡, 문자 쓰시는데 별 어려움이 없으신 편이다. 그런데도 불가하고 혼자서는 20만 원의 재난 기본소득을 받는 일도 이렇게 어려워하시는 것을 보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이라는 편안함에서 소외되어 있을지 안타까웠다. 그러나 더 속상한 건 당장 달려가서 신청해드리면 될 것을 파주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멀다고 이런저런 핑계 대며 말로만 이러쿵저러쿵하는 내 모습이었다. 아버지를 향한 짜증은 사실 나를 향한 것이었을 거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기도 하다. 우리에겐 익숙한 IT환경은 어른들에겐 접근하기 두려운 미지의 세계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아직도 은행일을 보기위해 차를 몰고 시내로 나가 은행을 방문하시고 가끔 온라인에서 필요로하는 공인인증서의 사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아해하신다. 우리 모두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IT는 세대간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우리가 아는 것을 부모님의 세대가 알지 못한다면 서로를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을테고 그런 몰이해는 소통의 단절을 가져오리라는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맥주 한잔 할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