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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Apr 27. 2020

농담 같은 하루

1일 1글 시즌4 [episode 29]



지친 하루살이와 

고된 살아남기가 

행여 무의미한 일이 아님을

가수는 노래하지만


15분에 한 대씩 오는 버스가

정거장에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50여 미터를 달려가다가

결국은 놓쳐버리고


앞 뒤 다 잘라먹고 자기의 화만 늘어놓는

사람의 이야기를 자르지 못하고 들어줘야 하고

이미 봄의 끝자락이지만

현관을 열고 나가니 

찬바람이 내 뺨을 때리고 도망간다.


삐걱이는 도시 소음과

가기 싫은 약속의 불편함과

지루하게 늘어져 나를 기다리는 일감들과

대충 위 속으로 집어넣은 음식들과

말라붙은 밥풀을 흉터처럼 달고 있는 아직 닦지 못한 그릇들만이

내게 환호한다.


내 등의 짐

내 삶의 무게

내 인생의 덫


난...

인생이 버겁다.


사막의 낙타가 사자가 될 수 있다던 전설마저도

아득해지고

인생은 농담이라던 누군가의 말처럼

이 순간이 짧은 농담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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