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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May 15. 2020

초상화 감상하는 법

1일 1글 시즌4  [episode 47]

인물사진의 거장으로 불리는 캐나다의 유섭 카쉬(Yousuf Karsh, 1908~2002) 그는 이름보다 자신의 작품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그의 인물사진을 보면 그가 얼마나 위대한 사진작가였는지 알 수 있다. 오드리 햅번, 살바도르 달리,  윈스턴 처칠, 마틴 루터 킹, 테레사 수녀, 그리고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유섭 카쉬의 손길을 통해 탄생한 사진은 그들을 가장 잘 표현하는 대표이미지가 되었다. 


왼쪽부터 유섭 카쉬가 작업한 오드리 햅번, 살바도르 달리,  윈스턴 처칠, 마틴 루터 킹, 테레사 수녀,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사진


그는 한 인물의 사진을 찍기 위해 그 사람의 외적인 모습은 물론 성격을 연구하고 그가 가진 삶의 가치, 내면의 갈등, 그들의 삶이 사회속에서 가지는 의미까지 담기 위해 노력했다. 카쉬의 노력은 인물들의 삶이 밀도 높게 함축된 사진으로 탄생하도록 만들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단 한 장의 사진으로도 그들의 열정적인 생애를 반추할 수 있게 되었다.


유섭 카쉬는 일찌기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거장 렘브란트가 빛을 다루는 방법으로 부터 빛의 중요성을 터득했다. 렘브란트는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배합하는 키아로스쿠로 기법에 능했던 화가로 자신의 젊은 시절의 모습부터 죽기 직전까지의 모습을 수많은 자화상으로 남겼다. 


왼쪽  1628년 작  / 오른쪽  1669년 작


왼쪽의 작품은 22세의 램브란트, 오른쪽은 63세의 램브란트로 그의 생애 마직막 자화상이다. 63년의 생을 살다가면서 100여점의 자화상을 남긴 램브란트는 문학가가 글로 자신의 인생을 써내려가듯 그림으로 자신의 삶을 기록했다. 100여점의 자화상은 바로 그림으로 빚어낸 렘브란트의 자서전인것이다. 


22살의 자화상을 보면 인물의 뒤로 부터 들어오는 빛때문에 얼굴은 자세히 묘사되지 않았다. 아마도 자신이 겪게될 모호한 미래를 예상하는듯하다. 그의 광대 부분에서 강렬하게 대비되는 빛과 어둠은 저돌적이면서도 달뜬 청춘의 열기처럼 느껴진다. 이 그림을 본 독일의 문호 괴테는 우울과 방황으로 소비했던 자신의 젊은 날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의 영감은 훗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모티브가 되었다.


렘브란트는 이미 30대에 네덜란드의 스타작가가 된다. 그래서 이른 나이에 어마어마한 부를 거머쥐게 되었고 당시 신흥부자들이 모여살던 암스테르담에 주택을 구입했는데 지금의 우리돈으로 13억원 정도였다고 한다. 그 당시 그의 자화상을 보면 부티가 줄줄 흘러넘친다. 대중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주고 안전하게 그러나 변화없이 살아갈 수도 있었지만 그는 끊임 없이 새로운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파격적인 작품 구성으로 매번 자신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그의 혁신 정신은 그를 점점 주류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주문은 점점 줄어들고 생활이 어려워졌지만 그는 그림그리는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파산을 선고한다. 


가졌던 모든것을 다 잃고 주류에서 비켜선 63세의 렘브란트. 그의 마지막 자화상을 보자. 잠시만 스크롤을 멈추고 그와 눈을 마주쳐보라. 그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목격해온 목격자이자 동시에 삶의 주체였던 그는 그림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것일까?


                            

초상화는 인물화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회화의 한 분야로 사진술이 발달하기 전까지 화가들이 그려야할 중요한 품목 중 하나였다. 왕이나 귀족 또는 종교인들을 비롯해 부유한 개인에 이르기까지 그 모습을 기록하고 후세에 전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의 요구로부터 초상화는 제작되었다. 얼굴부분을 주로 묘사하는 두상이나, 반신상, 전신상 물론 한 사람 혹은 여러사람을 하나의 캔버스에 담는 군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변주되어 왔는데 개인의식이 강화되는 르네상스로부터 시작해 바로크에 이르러 초상화의 전성기를 이룬다. 


초반에 유섭 카쉬의 인물사진에서 언급했듯 초상화 역시 그 대상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했는데, 인물의 지위와 사회적 명성, 그의 직업과 성격을 우아하고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화가의 역량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건이었다. 


그러한 초상화를 우리는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까? 지난 글 '그림 감상하는 법'에서 제시한 파노프스키의 3단계를 활용하는것도 좋겠으나 초상화의 특성을 감안하자면 하르트만(Nicolai Hartmann)의 '층이론'을 활용하는것이 더 유용할것 같다. 


독일의 철학자인 하르트만(1882~1950)은 그의 저작 [미학]에서 예술 작품의 구성요소를 '전경(前景)'과 '후경(後景)' 두 가지로 구분한다. 전경은 실제로 지각되는 실재적 재료 즉 우리가 눈으로 인지하는 물리적인 요소를 말하고 후경은 그 작품이 담고 있는 비 실재적이고 정신적인 요소를 말한다. 


 렘브란트가 그린 말년의 자화상을 잠시 바라보고 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슬픔? 외로움? 허무함? 고독감?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하르트만이 말하는 후경을 본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니 일견 쉬워 보일 수 있으나 사실 하르트만이 말한 후경은 4단계로 다시 구분된다. (누가 철학자 아니랄까봐 이렇게 복잡하게...)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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