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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Jun 02. 2020

공부의 최종심급

1일 1글 시즌4 [episode 65 ] 필사노트; 고미숙

오늘의 필사~


고미숙; 호모쿵푸스 중


모든 공부가 귀환하는 최종심급, 그것은 바로 글쓰기다. 독서가 힘들다지만, 글쓰기는 그것과 또 차원이 다르다. 심할 경우, 산고에 비유될 만큼 힘들고 고통스럽다. 물론 그 열매는 달다. 산모가 갓난아기를 품에 안을 때처럼. 그러므로 지식인들에게 있어 글이란 자신의 신체 혹은 삶의 특이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표현형식이다.


글이란 그저 막연하게 '자알'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잘 써 보고 싶다는 욕심이나 결단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검객이 무술의 초식을 익히듯, 악공이 악기를 다루듯, 한 수 한 수 터득해가는 장인적 과정의 산물이다. 당연히 체질과 근기에 따라 수많은 학습 경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절차탁마하는 과정 속에서 신체가 전혀 다른 조성을 갖게 된다는 사실이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신체적 조성을 바꿀 수 없다면, 담론을 생산할 수도, 코뮌의 리더도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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