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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May 26. 2020

두 사람의 '별이 빛나는 밤'

1일 1글 시즌4  [episode 58]

'미술작품감상, 어떻게 할까?'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insightraveler/258


[미술가로부터 시작하기]


미술 작품 감상을 위해 고려해야할 요소라면 미술가, 시대적 요소, 작품, 그리고 감상자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 째, 미술가는 미술작품을 제작하는 주체입니다. 그의 사상이나 성격, 그들이 미술을 통해 무엇을 하려했는지는 그의 작품에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여기서 화가라는 단어가 아닌 미술가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미술작품에는 그림과 조각 모두가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시대적 요소란 미술가가 살았던 시대, 작품이 제작된 환경들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미술가는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사람입니다. 더불어 미술 작품들은 모두 제작 동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궁전을 장식하거나 신앙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동기 일수도 있고 정치적 선동이나 미술가 자신의 사고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동기일수도 있습니다. 이런 동기들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되어 왔기 때문에 작품이 만들어진 환경적 요소를 이해하는 일은 미술 감상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셋째, 작품을 고려한다는 것은 그 작품을 구성하는 시각적, 조형적인 요소들을 말하는데 점, 선, 면, 형태, 입체, 명암, 색채, 질감, 공간 등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표현하기 위한 재료와 매체를 포함합니다.


마지막으로 감상자라는 요소가 있는데, 미술 작품은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예술가가 창작한 작품을 객관적 혹은 주관적 감상을 통해 두 번째로 창작하는 사람이 바로 감상자입니다.


미술 작품 감상이 막막하다면 이 네 가지 요소 중 어느 것에서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맨 처음 관심을 가진 요소로 미술작품 감상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요소에 대해 관심이 옮겨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점점 관심의 외형이 넓어지고 이해도가 깊어집니다. 더불어 미술작품 감상에 대한 즐거움이 늘어나고 또 더 넓은 영역으로 관심이 확대되며 감상과 사유의 선순환이 이루어집니다.


그럼 첫번째 요소인 미술가로 부터 작품감상에 접근해보겠습니다. 


만약 유럽의 한 미술관에서 이 그림을 보았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작품 옆 명제표에 보니 제목 ‘View of paris’라고 되어 있네요.


어떤 느낌이 드나요? 내 마음을 끄는 그림인가요? 그렇다면 어떤 면이 내 마음에 와 닿은 걸까요? 


혹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그림은 아닌가요? 그렇다면 그림앞에 머무는 시간이 짧겠군요. 아니 어쩜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갈지 모르겠네요. 


이 화가가 친구에게 쓴 편지 한 토막을 읽어볼까요?


“이곳 파리로 온 뒤로 나는 자네와 작품을 종종 생각했네, 내가 자네의 색채와 예술관과 문학을 좋아했다는 것을 기억하겠지. 물론 성격은 말할 것도 없고, 나는 이전부터 자네에게 내가 어디 있든 소식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어. 그렇지만 파리의 생활비는 안트베르펜보다 훨씬 더 비싸고 자네 사정도 어떤지 알 수 없어 그렇게 못했네. 이렇게 물가가 비싸니 가난한 사람은 여러모로 고생스럽다는 점을 알리면서 안트베르펜에서 파리로 오라는 말을 하기가 뭣했기 때문이네. 반면 그림 판매 기회야 더 많지. 다른 화가들과 교환할 기회도 많고. 요컨대, 추진력과 색감이 개성적인 화가라면 장애가 많더라도 여기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네. 그래서 나도 더 오래 머물려 하고. 볼거리도 많아. 예를 들면 들라크루아 같은 거장의 그림만 하더라도 말일세. 안트베르펜에서 나는 인상주의 화가가 누군지도 몰랐지만, 이제 그들을 알고 그림들도 무척 좋아한다네. 드가의 누드, 클로드 모네의 풍경 같은 것 말이야." (1886년)

                           

이 편지를 읽고 난 후 그림을 다시 보니 어떤가요? 궁핍한 화가의 삶이 우리에게 연민으로 다가오나요? 아니면 여전히 나의 느낌에는 변화가 없나요?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빈센트 반 고흐입니다. 네델란드 출신의 반 고흐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젊은 시절 고흐는 화랑에서 수습사원으로 일을 했습니다. 이후 영국에서 잠시 교사생활을 했고, 목사가 되겠다는 결심으로 다시 네덜란드로 돌아와 신학교육과정에 등록한 후 2년간 선교사 활동을 합니다. 27살이 되던 해 반 고흐는 문득 화가가 되겠다고 결심합니다. 화랑의 수습사원 시절 그를 감동케 했던 밀레처럼 노동자의 삶을 담아내는 농민화가가 되어 가난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함을 그리고 싶어 했습니다. 동생 테오의 권유로 브뤼셀의 미술아카데미에 등록을 했으나 주로 독학으로 그림공부를 합니다. 드디어 32살에 첫 작품 <감자 먹는 사람들>을 발표하지만 그의 그림에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듬해인 1886년 33살의 고흐는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파리의 몽마르뜨에 파리로 이주합니다. 그 곳에서 인상주의, 신인상주의 화가들과 교류하며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가 처음 본 그림이 바로 그 시절, 반고흐가 그린 풍경화입니다. 가난에 시달려 물감을 살 돈이 없어 동생 테오에게 늘 기대 살았던 반 고흐, 미술의 중심이라고 불린 파리의 몽마르뜨로 이주해오며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시대를 혁신하는 젊은 인상주의 화가들과 친교하던 고흐, 낭만주의의 거장 들라크루아의 작품을 보며 희망에 찬 고흐, 언덕 아래로 보이는 파리의 전경을 바라보며 언젠가 성공한 화가가 되어 주류사회로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던 것일까요? 가라앉은 회색 빛 구름 사이로 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고흐의 희망을 슬쩍 드러낸것 같아 가슴 한 켠이 아려옵니다. 


어떤가요? 이제 저 그림이 조금 다르게 보이나요? 그렇습니다. 나선형 미술감상의 첫 번째 요소인 미술가. 미술가에 촛점을 맞추어 그림을 감상하는 일은 어려운 작품을 감상한다기 보다 한 개인의 인생사를 들여다보는 느낌이들어 훨씬 편하게 작품감상에 접근하도록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미술가는 누구인가요? 좋아하는 미술가가 아직 없다면 익숙한 이름의 화가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좋아하는 미술가가 생겼다면 그가 존경했던 혹은 친교했던 미술가도 찾아보세요. 그의 작품은 내게 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생각해보세요.


고흐가 화가가 된 이유는 '밀레'라는 화가처럼 되고 싶어서였습니다. 고흐가 그린 '별이 빛나는 밤' 이전에 이미 밀레 또한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렸었다는것 알고 계셨나요? 고흐를 통해 바라보는 밀레가 이제  조금 다르게 느껴지나요?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빈센트 반 고흐, 1888    /    별이 빛나는 밤, 장 프랑소와 밀레, 1850~1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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