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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Jun 13. 2020

시대별 미술의 주제

1일 1글 시즌4 [episode 76]


  중세는 기독교 중심의 시기로 모든 미술은 신의 존재와 성경의 내용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즉 기독교 신앙심을 고취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림이란 글을 몰랐던 사람들을 위한 시각적 언어 용도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현실적 묘사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중세의 미술은 의도적으로 왜곡된 비현실적인 그림의 형태를 갖게 됩니다. 


  이에 비해 르네상스 시대는, 모든 예술의 주제가 인간이었던 그리스 로마 시대로의 회귀라는 전제하에 인간 중심의 미술이 등장합니다. 신을 주제로 한 그림들도 중세에 비해 섬세하고 정교해집니다. 16세기 종교개혁이 일어나고 이어 17세기, 구교와 신교가 대립한 최후의 종교전쟁인 30년 전쟁이 일어납니다. 유럽은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국가로 갈라지게 되고 미술도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지역을 기반으로 각각 다르게 변화되어 갑니다. 가톨릭 국가에서는 귀족이나 교회의 의뢰로 성경, 신화, 역사에 관련한 그림이 많이 그려졌고 , 프로테스탄트 국가의 미술은 부유한 상인과 시민의 의뢰로 성경이나 풍속, 일반인들을 주제로 한 그림이 많이 그려졌습니다. 


왼쪽: 중세에 그려진 성 모자상       오른쪽: 초기 르네상스의 화가 마사초가 그린 성모자상


  30년 전쟁으로 유럽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프랑스가 신흥 강대국으로 발돋움합니다. 1643년 프랑스에는 스스로를 태양왕이라 부른 루이14세에 의해 왕립회화조각 아카데미가 설립되는데 아카데미는 미술교육기관임과 동시에 국가의 문화예술정책에 깊이 관여하는 단체였습니다. 한마디로 왕의 정치적 목적 그리고 권력과 욕망을 충족시키는데 미술을 이용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카데미에서는 미술학교를 만들어 왕을 향한 충성,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교육적인 내용을 웅장하게 그리는 화가를 길러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왕립미술아카데미의 미술학교 에콜 데 보자르(Ecole des Beaux-Arts)에 입학한 견습 화가들은 엄격한 진급 단계를 모두 통과한 화가에게는 주는 로마상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데 로마상을 수상하면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프랑스 아카데미의 분원에서 최대 5년간 훈련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유학생활을 통해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견습 화가들은 마지막으로 아카데미 회원이 되기 위한 최종 심사를 받게 됩니다. 


       레옹 마티유 코슈로 [다비드 아틀리에의 실내] 19세기경, 캔버스에 유채, 90x105cm, 루브르 미술관             


  프랑스 왕립 아카데미는 그림의 주제에 등급을 나누었습니다. 최고등급은 역사화였는데, 종교적, 문학적, 신화적, 역사적 이야기가 주제로 사용되었습니다. 로마상을 받고 유학을 다녀온 후 치러지는 최종심사에서 역사화가의 자격을 얻지 못하면 낮은 서열의 풍경화가가 되게 됩니다. 그러나 일단 아카데미의 회원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당대에 인정받는 화가가 되는 것이었지만 왕의 제일 화가가 화가는 반드시 역사화가여야 했습니다. 


  장르의 순위는 앞서 이야기한 역사화가 가장 높은 등급이었고 다음이 인물화, 장르화(풍속화), 정물화, 풍경화 순이었습니다. 낮은 서열의 정물화나 풍경화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모방하여 단순하게 눈을 현혹하지만 역사화는 인간의 고귀한 정신을 가르치기 때문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그림의 서열도 시민혁명으로 왕정이 무너지고 난 후 사라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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