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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Jun 14. 2020

종교화

1일 1글 시즌4 [episode 77]

루브르 박물관이나 유럽의 미술관을 가본 분이라면 상당히 많은 그림들이 기독교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아실 겁니다. 그래서인지 기독교를 종교로 갖고 있지 않은 관람자의 경우 자칫 지루한 관람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종교와 미술은 상당히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유럽의 예술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기독교에 대한 지식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왜 기독교에 대한 지식이 중요하냐고요? 


여기서 일단 ‘기독교’라는 용어 대해 정리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세계에는 여러 가지 종교가 있습니다. 그중 크리스트교(Christianity)와 불교, 이슬람교를 세계 3대 종교로 꼽습니다. 이 중 크리스트교는 하느님이라는 유일신과 하느님의 아들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종교입니다. 크리스트교가 중국으로 전파되면서 크리스트의 중국어 음역으로 기독(基督)을 사용했고 이를 우리나라에서 기독교라고 부르게 됩니다. 


391년 로마의 국교로 승인된 크리스트교는 로마가 동서로 분열되며 로마 가톨릭과 그리스 정교(동방교회)로 나뉩니다. 로마 가톨릭의 경우 전교를 위해 성상과 성화를 사용하였지만 그리스 정교는 이를 우상숭배로 여겨 성화와 성상을 파괴하게 됩니다. 16세기에 접어들며 로마 가톨릭의 절대 권력과 면죄부 판매에 대항하여 종교개혁이 일어나고 로마 가톨릭의 개혁을 촉구하며 분파한 프로테스탄트(신교)로 인해 크리스트교는 로마 가톨릭, 프로테스탄트, 그리스 정교의 세 개 교단으로 나뉘게 됩니다. 


부패한 로마 가톨릭에 항거해 구원은 오로지 믿음에 의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 프로테스탄트는 가톨릭 성당의 화려한 내부 장식이나 성화와 성상의 사용을 경계하여 성상파괴 운동을 벌입니다. 과거에 있었던 성상과 성화 사용에 대한 첨예한 대립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성화와 성상 사용을 우상숭배로 본 것입니다.


아잠교회(성요한 네포무크 교회)는 뮌헨에 있는 가톨릭교회입니다. 교회의 내부는 바로크 시대 가톨릭 교회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어느 한군데 비어있는 곳 없이 성화와 성상, 화려한 장식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내부는 다릅니다. 네덜란드 할렘에 위치한 성 바보(St. Bavo)성당은 1245년에 가톨릭 성당으로 지어졌으나 종교개혁 이후 성상파괴운동으로 1566년 성당 내에 있던 성인과 예언자들의 조각상과 성물들은 모두 파괴되었습니다. 성화가 그려져 있던 벽은 하얀 페인트로 덧칠되었죠. 


왼쪽: 뮌헨에 있는 아잠교회 내부     오른쪽: 네덜란드 할렘에 있는 성바보(St. Bavo)성당   사진출처:Pixabay


 크리스트교의 한자 표기인 기독교라는 용어는 한국인들에게는 프로테스탄트 즉 개신교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종교 모두를 크리스트교 즉, 기독교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슬람교와 유대교의 경우 기독교와 구약성서를 공유하고 있지만 유대교는 신약성서와 예수를 인정하지 않고, 이슬람교는 예수가 아닌 마호메트를 최후의 예언자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유럽의 미술관을 방문하여 관람하게 되는 종교화 들은 성상과 성화를 사용하여 신의 뜻을 알리고 전교 활동을 한 로마 가톨릭의 교리를 토대로 그려진 그림이 대부분입니다. 한 연구1)에 의하면 1420년~1539년간 이탈리아에서 그려진 그림 중 종교성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87% 였다고합니다. 이중 성모성상은 44%, 그리스도 성상이 22%, 성인 성상이 20%, 기타 종교그림이 1%였고 그 외 초상화와 기타 세속화가 1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성모성상

그리스도의 십자가상과 함께 가장 널리 사용된 종교적 이미지는 <성모자상>이었습니다. 죄지은 사람을 대신해 신의 자비를 구하는 마리아의 모습을 향해 수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드렸을겁니다. 천상의 세계를 그린 제단화나 벽화에는 하늘을 다스리는 여왕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성모, 성령으로 잉태하게 됨을 알리는 가브리엘 천사 앞의 성모, 예수의 십자가 처형의 장면에서 슬픔의 성모등이 많이 그려졌습니다. 특히 예수의 시체를 매장하기 전 마지막으로 죽은 아들을 무릎위에 안고 있는 성모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나 조각상을 '피에타'라고 부르는데 이탈리아어로 연민 혹은 자비, 동정심을 의미합니다. 

왼쪽: 페루지노의 피에타(1494~1495)   가운데: 부게로의 피에타(1876)   오른쪽: 벨리니의 피에타(1505)


성모마리아는 일반적으로 붉은 드레스에 파란색 망토로 묘사합니다. 그러나 원죄 없이 잉태된 성모를 의미하는 <무염시태>에서는 붉은 드레스대신 핑크나 흰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합니다. 


<성모영보>는 성모마리아에게 가브리엘 대천사가 찾아와 성령에 의해 처녀의 몸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할 것이라고 고하고 마리아가 그것에 순명하는 사건을 말하는데 개신교에서는 ‘수태고지’라고 부릅니다. 그림속에서 마리아는 독서중이거나 실을 뽑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순결의 상징인 하얀 백합은 바닥에 놓여 있거나 가브리엘 천사의 손에 들려있기도 합니다. 이 외에 천국으로부터 내려오는 빛이나 비둘기로 형상화된 성령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르네상스시대 가장 인기많은 주제로 많은 화가들이 <성모영보>를 그렸습니다. 


성모영보(Annunciation),  레오나르도 다빈치, 1472판넬위에 템페라와 유채, 217 x 98 cm, 우피치미술관(이탈리아)
성모영보(Annunciation),  필리포 리피, 1490, 예르미타주박물관(러시아)



1) I. Errera, Répertoire des peintures datées, Brussels,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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